2019년 시무식 통해 밝혀... "사법부 민낯 공개 주저 말아야"
"화이부동(和而不同)에서 부동이화(不同而和)"... 단합 강조
'좋은 재판' 다시 강조... "처리가 아닌 해결 중심의 재판을"

[법률방송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법원 시무식에서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검찰 수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대법원 청사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우리가 현재 겪는 어려움은 외부의 간섭 없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들에게 돌려드리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민낯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시무식사 전문이다.

[전문]

전국의 법원 가족 여러분!

우리 모두의 희망을 가득 담은 2019년 새로운 해가 떠올랐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풍요와 여유,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무엇보다 올 한 해 법원 가족 모두 건강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아울러 지난 한 해 동안 사법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하여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묵묵히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해 주신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법원 가족 여러분!

법원은 지금 커다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해 봄에 발표되었던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는 법관 스스로 재판의 독립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국민 모두에게 크나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이후 진행된 수사과정에서 추가로 밝혀진 사실로 인하여 사법부는 더 많은 비판을 받았고, 국민들은 지금도 법원을 향한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국민의 법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겪는 어려움은 외부의 간섭 없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들에게 돌려드리려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불가피한 일입니다. 저는 이를 위하여 사법부의 민낯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저는 관료화되고 폐쇄적인 법원의 사법행정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향후 사법행정은 폐쇄성과 관료화를 극복하고 투명성과 전문성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지난해에는 우리 법원이 70년간 유지해 온 사법행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일에 주력하였습니다. 법원 내·외부의 의견을 골고루 수렴하여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과 수평적 의사결정을 요체로 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고 사법관료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법률안을 마련하였습니다.

또한 법률안을 통하여 밝혔다시피, 사법행정 담당직원의 전문화와 함께 외부개방직 채용을 통한 전문화도 함께 추진함으로써 법원행정처의 비법관화를 단계적으로 준비할 것입니다. 

이로써 사법행정은 간섭하거나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재판 지원이라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고심 제도와 법관 임용방식의 개선 등 사법부가 현실로 마주하고 있는 여러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시작하겠습니다.

법원 가족 여러분!

사법부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의 탑은 사법부 스스로 다시 쌓아 올리는 것에서 시작하여야 합니다.

저는 우리 법원 가족들을 든든한 버팀목으로 하여 올해에도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의 완수를 위하여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자 합니다.

조금 발걸음이 더디더라도 절대 멈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취임 당시 국민들과 여러분께 ‘좋은 재판’을 실현하겠다고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 

국민들은 ‘정의롭고 독립된 법원’에서 적정하고 충실한 재판을 받는다는 기대를 가지고 법원을 찾고 있습니다.

법관의 독립을 튼튼히 하고 사법행정제도의 근간을 바꾸려는 것도 바로 법원 가족 모두가 좋은 재판을 하는 것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이제 우리는 법원 본연의 역할인 좋은 재판의 실현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저는 우선 충실한 재판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재판에 대한 당사자의 승복과 만족은 충실한 심리의 과정에서 우러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처리’가 아닌 ‘해결’ 중심의 재판이 되어야 합니다. 

재판은 계량화된 수치로만 평가할 수 없습니다. 재판의 속도에만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고 재판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적정하고 충실한 재판이 실현될 수 있도록 법원 가족 모두 애써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올해 일부 법원에서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법관 3인으로 구성한 합의부가 운영됩니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법관들이 법정에서 충실하게 심리하고 치열한 논쟁을 거쳐 결론을 도출한다면 국민들이 소망하는 수준의 재판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경력대등 합의부는 법관 인사의 이원화, 평생법관제의 정착, 법조일원화 실시와 같은 법관 인사제도의 변화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 운영성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제1심의 점진적인 단독화, 합의부 운영방식의 개선 방안 등을 심도있게 연구함으로써 법관 각자가 그 생애주기에 맞는 역할과 임무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재판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습니다. 국민들은 오늘부터 확정된 판결서를 하나의 통합 사이트에서 임의어 검색을 통하여 손쉽게 검색, 열람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판결서 공개 범위를 더 넓혀가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지난해 대법원 홈페이지에 전원합의체 지정사건 및 대법원의 중요 사건에 대하여 기일 진행 경과와 사건의 개요 및 쟁점을 공개하였습니다. 올해에도 대법원 공개변론의 중계방송을 확대하고 심리절차의 진행정보를 추가로 공개하겠습니다. 이를 통하여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국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자연스럽게 상고심의 논의과정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

지난 늦가을 우리는 사랑하는 동료법관 한 분을 영원히 떠나보내야만 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저는 그 무렵 법원 가족들에게 말씀드린 약속을 상기시켜 드리려고 합니다. 법원 구성원들이 일과 가정, 일과 생활을 조화롭게 양립해 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개 선방안을 강구하고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법관에 의하지 않는 법원 외 분쟁조정절차의 다양화 및 활성화, 적정한 사건관리방식 등 개선방안을 통해 법관은 오로지 분쟁사건에만 집중하도록 하고 업무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업무량 경감만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돌아보고 보살펴주는 법원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동료와 함께 하는 행복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우리 법원이 행복한 법원이 될 것입니다. 우리 법원 가족 모두가 행복해야만 좋은 재판과 민원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소신입니다.

법원 가족 여러분!

작년 한 해 법원 가족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법원 내에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화합하면서도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는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입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억압하는 문화가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중요한 의사결정의 순간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결론을 이끌어 내려고 애썼습니다. 갈등의 진정한 해소는 참여를 통한 소통에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소통을 통해 법원 가족 여러분들의 다양한 고민이 융화되고 어우러질 때, 법원은 비로소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만, 저는 부동이화(不同而和)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그럼에도 화합을 추구하여야 합니다. 나와 다른 의견이라도 경청하고 존중하는 관용의 미덕이 필요한 때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

저는 전국 법원을 방문하면서 수많은 법원가족들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법원을 향한 법원 가족 여러분의 뜨거운 사랑과 열정은 제게 무한한 기쁨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2019년 새해 첫날, 저는 새로운 사법부 70년 여정의 시작을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저와 함께, 법원을 찾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사법의 미래로 나아갑시다.

그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음을 마음 깊이 감사하면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 1. 2

대법원장 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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