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햇수로 10년 만에 일터로 복귀한 가운데 지난해 31일엔 복직자 출근 기자회견이 열렸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 71명은 햇수로 10년 만에 일터로 복귀했다./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됐던 노동자 71명이 햇수로 10년 만에 일터로 복귀했다.

지난해 31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는 복직자 출근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복직 노동자들은 기쁨의 함성을 외치며 지난한 싸움 끝에 일터로 돌아간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이들에겐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국가가 해고자들을 대상으로 낸 17억 원 상당의 국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그것. 

최근 일어난 자동차 부품업체 유성기업 노조원들의 사측 임원 폭행 사건, ‘외국기업 기술 유출’과 ‘먹튀’로 이슈에 올랐던 하이디스 등 모두 수년 째 이어져 온 ‘곪을 대로 곪은’ 노사 갈등의 대표 사례 중 하나로, 수십 년간 쌓여온 이러한 노사 간의 갈등들을 파헤쳐보면 그 속엔 ‘손배가압류’라는 것이 등장한다.

손배가압류란 노동자들이 파업이나 시위 등 ‘불법’ 쟁의 행위를 할 경우, 기업들이 이들에게 업무방해나 정신적 피해보상을 들며 손해 배상 및 가압류 청구를 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 업무에 막대한 피해를 줬으니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이 손배가압류 문제가 불거지게 된 건 지난 2003년 1월, 6개월 간 임금을 압류당한 두산중공업 배달호씨가 사측의 손해배상청구·가압류에 맞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난 후부터다.

당시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두산중공업은 불법파업을 근거로 노동자 89명에게 총 65억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후 노동자들의 급여와 부동산을 가압류하고 아파트 보증금까지 차압하고 있었던 것.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파업, 즉 쟁의행위가 ‘법에 보장된 권리’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는 어디에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 제33조에서는 노동자가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가지는 세 가지 권리로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법률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보장되기 때문에 정당한 법 절차를 거치고 파업을 하는 경우엔 파업을 해서 회사가 손해가 나더라도 사측이 손배가압류를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정당한 법 절차를 거치고는 파업을 할 수가 없게끔 법 구조가 되어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민단체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 윤지선 활동가는 “그간 국내 판례들을 살펴보면 사측이 ‘경영상의 이유’ 혹은 ‘경영상의 위기’라는 이유를 들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는 경우 ‘해고는 부당하지 않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면서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도 한 정리해고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사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어 이것을 근로조건 관련사항으로 파업을 할 수 없다면 도대체 노동자들이 뭘 가지고 파업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적인 노동자'는 형법상 업무방해죄, 손해배상·가압류를 통해 사실상 노동3권을 제약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영섭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 역시 노동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형사상 면책 대상인 파업의 범위가 너무 좁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변호사는 "지금과 같이 손해배상이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되고 있는 이유는 민사 면책에 관한 규정이 실제 현실에서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헌법에서는 분명히 노동자들이 일 하지 않을 권리를 노동3권으로 규정해놨는데 그것이 실제로 사회적으로는 권리가 아니다, 노동자들은 일을 해야 하고 어떤 목적을 위해서 설령 당장 길거리로 내몰리는 정리해고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항하는 행위인 파업에 대해서 파업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인 인식이 굉장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원이 손배가압류를 인정하는 근거는 간단하다.

▲파업 중 일부 폭행·손괴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절대 다수의 조합원이 참가하더라도 조합원 총 투표를 거치지 않은 쟁의행위 ▲노조위원장이 조합원 다수의 의사에 반하여 직권으로 단체협약을 타결한 것에 반대하여 파업을 하는 경우 등 모두가 ‘불법’ 쟁의행위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위원장 지시에 따르든, 조합원들 의사대로 하든 모두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 모순이 나타나면서 사측의 손배가압류는 인정되어 버린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인 이른바 ‘노동조합법’ 상 쟁의행위에 대해서 민사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민법750조에 나와있는 불법행위, 즉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는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의사관철을 목적으로 사용자의 업무를 저해했기 때문에 배상책임을 지라는 것에 기반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법원 판단 역시 사측의 '경영상의 위기'로 인한 정리해고는 '합당하다'는 게 판례 흐름이다. 

이런 가운데 손잡고가 민주노총과 공동 집계한 '2017년 상반기 손해배상 가압류 현황'에 따르면 노동자 대상 손배소송·가압류 현황은 24개 사업장 65건, 누적 청구 금액 1천867억 원, 가압류 금액 180억 원에 달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기업들이 노조나 노동자에 대해 지나치게 손배가압류를 남용해 ‘손배 폭탄’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영섭 변호사는 "그야말로 합법 파업은 굉장히 어렵게 되어버리고 불법파업이 오히려 일반화된, 일반적인 현상으로 이렇게 인식이 되어버렸다”며 "예를 들어 단일사업장에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투쟁 같은 경우에는 170억, KEC가 2010년도에 파업을 한 것에 대해서 300억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불법파업과 관련된 것도 마찬가지로 약 300억 가량을 청구를 하는 등 금액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러한 사측의 손배가압류는 ‘노동탄압의 도구’, ‘괴롭히기 소송’이라며 부진적 연대책임 하에 노동자를 비롯한 그들의 가족들까지 탄압하는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게 시민단체의 설명이다.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는 “이 직장이라는 곳이 사실은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있어야 되는데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그런 서로서로 간의 갈등을 만드는 도구로 사용을 한다. 또 괴롭힘의 다른 측면은 노동자 한 사람에게 손배 가압류가 갔을 때 이게 손해배상 청구가 되면 가압류가 뒤따를 수 있는데, 한 사람의 재산권이 온전히 그 한사람에게만 귀속되느냐,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람한테는 가족이 존재하고 그 가족이라고 하면 우리가 의식주를 공유를 하는 사람들인데 이 한 사람의 재산권을 그 회사가 가압류를 하게 됐을 경우, 결국은 이 사람에게 깔려있는 다른 가족들도 결국은 그 재산권을 다 같이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노동자만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그 가족들도 괴롭히는 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손배소 취하를 조건으로 노동조합탈퇴, 퇴사,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포기, 노동조합해산, 해고자복직포기 등을 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노동자들은 벌 수도 갚을 수도 없는 수억, 수백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로 고통받고 있다"며 "손해배상·가압류로 인한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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