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간부, "전문위원회 심의해야" 주장 공단 간부에 "합병 반대하겠다는 거냐"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의결하면서 "전문위원회를 열어 검토를 해야한다"는 소관 실무팀의 의견을 무시하고 전문위원회를 열지 않고 투자위원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특검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투자위원회가 의결한 6700건 넘는 안건 가운데 소관 부서 원안과 다른 내용으로 안건을 의결한 것은 단 7건에 불과해 외압 논란이 일고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구속기소 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3일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진행된 ‘삼성합병개입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6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양영식 전 국민연금공단 해외대체실장은 "통상 소관 부서 의견이 투자위원회에 받아들여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 전 실장은 삼성물산 합병 의결 투자위원회에 참석했다. 특검에 따르면 투자위원회가 의결한 안건 6700여 건 중 소관부서의 원안에 동의하지 않는 내용으로 의결된 것은 단 7건에 불과하다. 

이에 “투자위원회는 사실상 소관부서의 원안을 추인하는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양 실장은 “통상적으로 소관부서의 의견이 투자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맞다”고 진술했다.

당시 소관부서인 책임투자팀은 투자위원회에 "삼성물산은 합병 비율의 공정성에 논란이 많기 때문에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며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 사례와 다르게 투자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은 명분이 미약하다"는 의견이 담긴 원안을 냈다.

통상의 경우와 다르게 일선 소관부서 실무팀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주식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에서 기금운용본부 본부장(홍완선)과 소속 실장 7인, 센터장 1인, 지명직 팀장 3인 등 총 12명이 참석해 의결하고, 투자위원회가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은 의결권 전문위원회에 부의해 심의·의결한다. 

그러나 이날은 전문위원회 심의 없이 투자위원회에서 참석자 8명의 찬성으로 합병안이 가결됐다.

이와관련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윤표 전 국민연금공단 운용전략실장은 전문위원회를 열어 심의해야 한다는 소관부서 초안 내용을 보고 받은 조남권 당시 연금정책국장이  “당신들 합병에 반대하겠다는 거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이 전 실장은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위로 보내는 것이 맞다는 취지”라고 답변했지만,  조 국장의 발언을 들은 후 “합병안에 찬성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실장은 "합병 관련 투자위 안건에 주무부서 의견을 전문의 부의가 아닌 ‘찬성’, ‘반대’, ‘중립’, ‘기권’으로 표결하고 전문위 부의 의견은 ‘표결기권’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 후 삼성물산 합병안 의결에 적용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조 전 국장 의견대로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투자위원회에서 바로 삼성물산 합병건이 의결된 것이다. 

표결에 참여한 양 실장은 “지금 보면 이전 합병 문제와 다른 절차를 따른 것이 이상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절차에 관심이 없었다"며 "관련 자료도 당일 오전에 전달받았고, 50페이지 정도의 배포 자료 중 요약부분인 10페이지만 읽고 회의에 들어갔다"고 증언했다.

 

6차 공판에 참석하고 있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본부장/연합뉴스

이 전 실장은 “합병안 가결 후 홍완선 전 본부장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안 수석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고, 이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라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실장은 그러면서 “이런 통화내용 때문에 홍 전 본부장이 청와대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고는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홍 전 본부장이 ‘안 수석님’이란 호칭을 쓰며 통화한 인물은 안종범 전 수석이 맞는 것으로 홍 전 본부장 본인이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이 전 실장은 홍 전 본부장이 투자위원회가 열리기 3일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다는 말을 듣고 “중요한 시점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고도 증언했다.

“조언에도 불구하고 만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냐”는 검찰의 질문에 이 전 실장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다른 대주주도 이 부회장을 만났는데 우리는 왜 안 되냐고 생각한 것 같다”고 답했다.

홍 전 본부장은 이 부회장을 만나 공단을 포함한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할 수 있으니 두 회사의 합병 비율 조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같은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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