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의원, 2014년 '세월호 참사 보도' KBS 보도국장에 '항의 전화'
1심, 이정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형 확정 시 의원직 상실
법원 "관행이라는 이름의 정치권력 언론 간섭, 더 이상 허용 안 돼"

[법률방송뉴스] 공영방송인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방송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의원에 대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방송법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조항이 만들어진지 31년 됐는데, 해당 조항 위반을 사유로 처벌되는 건 이정현 의원이 처음입니다. 

재판부 스스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판결' 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참사 당시 해경 등 정부의 미진한 대처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KBS 9 뉴스 보도가 나가자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바로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 2014년 4월 21일]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렇게 그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는 게 그게 맞습니까.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내고 있잖아요."

이 의원은 그러면서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는 등 이런저런 요청을 합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 2014년 4월 21일]
"면밀히 우리가 분석을 해서 차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아닙니까."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 2014년 4월 21일]
"그게 지금부터 오늘부터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비판 보도를) 하면 안 됩니까."

이 전화가 빌미가 돼서 이정현 의원은 방송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집니다.

방송법 제4조 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재판에선 이정현 의원의 전화통화가 단순한 의견 전달인지 규제나 간섭을 할 의도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이정현 의원 측은 “방송편성 개입 처벌조항이 만들어진 지 31년 됐지만 처벌 받거나 입건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 기소가 부당하다”며 검찰 기소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하지만 이 의원 측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오늘(14일) 이 의원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 의원의 요구를 대통령 뜻이 담긴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의견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상대방 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평가 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방송법 해당 조항으로 기소된 사례가 없다는 이 의원 측 주장도 반박했습니다.

"이 사건 관련 조항의 위반 이유로 기소와 처벌된 적이 없는데 이는 아무도 위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관행 정도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변호인의 주장과 달리 처벌하지 않으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권력의 언론 간섭을 용납해 이 사회의 시스템이 낙후됐다는 걸 증명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경각심 없이 행사된 정치권력으로부터 언론 간섭이 더 이상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이 의원을 질타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한 번도 적용된 적 없는 방송법 위반 처벌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태원 변호사 / 법무법인 에이스]
"이 판결은 방송 편성에 관한 간섭을 할 수 없다는 방송법상의 규정을 해석한 첫 사례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어느 정도가 간섭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항소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정현 의원은 아무런 답변 없이 씁쓸한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 나갔습니다.

이정현 의원과 검찰이 항소를 안 하거가나 항소하더라도 형이 이대로 확정되면 이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잃게 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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