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차장, 첫 공판준비기일 불출석... 피고인 출석 의무 없어
임종헌 변호인단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vs 검찰 "설명 불가피"
"오늘 재판은 예고편... '윗선' 수사 마무리돼야 본격 법리 공방 전개"

[법률방송뉴스] 오늘(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혐의 첫 피고인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습니다.

임 전 차장 측은 "공소장 자체가 위법하다"며 검찰을 압박하는 등 첫 재판부터 임 전 차장 측과 검찰은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습니다.

장한지 기자가 임 전 차장 첫 공판준비기일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임종헌 전 차장은 오늘 재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수사 단계에서부터 참여한 연수원 14기 김경선 변호사 등 임 전 차장 변호인들이 임 전 차장을 위해 재판 첫날부터 검찰과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습니다.   

변호인단은 먼저 임 전 차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 자체에 대해 “검찰의 공소장은 '일본주의(一本主義)'를 위배한 중대한 위법이 있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해달라"고 요쳥했습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기소 시 공소장 하나만 법원에 제출해야지, 법원이 예단을 갖게 할 서류나 기타 물건을 첨부·인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된 원칙입니다.

"공소장에 법원이 예단을 생기게 하는 검찰의 판단과 의견을 기재한 것은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

"공소장 일본주의 추구가 재판의 공정성·실체적 진실보다 더 우선하는 것"이라는 게 임 전 차장 변호인단의 주장입니다.

한마디로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실체와 사실관계를 따지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절차적 하자로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검찰도 지지 않고 재판 공정성을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 측이 적반하장 격으로 나오고 있다고 맞섰습니다.

"이 사건은 수년에 걸쳐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이뤄진 범행이다.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사실·배경·경과 등을 기재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 검찰의 항변입니다.

검찰은 그러면서 "이 사건은 피고인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법관 독립이 침해당하고, 재판권 행사를 방해해 재판 공정성이 침해됐다는 사안이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돼서 진실 규명하고자 하는 것인데 재판 공정성과 공소장 일본주의 주장하면서 공소제기 기각 요청하고 실체 심리를 포기하자고 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임 전 차장 측을 압박했습니다.

양측은 또 증거기록 열람을 두고도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습니다.

"검찰에서 전체 증거기록 중 40%만 열람·등사하게 했다. 이렇게 해선 실체적 파악이 어렵다. 전체 기록 열람·등사가 허용돼야 혐의 인정여부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이 임 전 차장 변호인단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범에 대한 수사 필요가 있어서 열람을 제한하는 것이다. 공판 준비하시도록 40%만 열람·등사하도록 안내한 것"이라고 기록 전부 공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양측의 의견을 취합한 재판부는 "임 전 차장 측의 공소사실 인정여부 의견은 증거기록 전체 열람·등사 마쳐야 가능하다"며 일단 임 전 차장쪽 손을 들어 줬습니다.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임 전 차장 측과 검찰이 뜨거운 공방을 벌였지만, 법원 안팎에선 오늘 재판은 말 그대로 '예고편' '맛보기'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본 게임'은 검찰도 임 전 차장도 다 알고 있는 ‘윗선’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뒤에야 사실관계와 법리 등에 대한 다툼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허윤 변호사 / 법무법인 예율]
"공판준비기일 자체가 여러 번 열리면서 어느 정도까지 검찰이 증거를 공개하고 변호인은 어느 정도까지 이 증거를 받아들여서 재판을 준비를 할지가 여러 차례 논의가 아마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지난 7일 영장이 기각된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조직적으로 재판에 개입한 범죄이고,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이다"고 영장 재청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조만간 두 전직 대법관을 다시 소환해 보강 조사를 벌일 방침입니다.  

검찰 포토라인, 법원 포토라인에서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임종헌 전 차장의 의중은 오늘도 알 수 없었습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에서 임 전 차장 측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공소사실 인정 여부,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공개할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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