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병대·고영한 영장 기각 사유 “공모관계 의문, 증거인멸 우려 없어"
법원 "혐의 소명 부족"에, 검찰 "대단히 부당, 상급자 책임 더 막중" 반발
시민단체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개혁 대상 자인... 특별재판부 설치하라"

[법률방송뉴스]

전직 대법관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법원은 오늘(7일) 새벽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단히 부당하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정의를 기각시킨 판결”이라고 규탄했습니다.   

김정래 기자입니다.

[리포트]

"꼬리 자르기 웬말이냐, 영장 기각 규탄한다!"  
"규탄한다, 규탄한다, 규탄한다!"

민변 등 여러 시민·법조 단체들로 구성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가 오늘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법원 영장 기각을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법원 영장 기각은 사법농단 해결에 눈감은, 사법정의를 기각시킨 판결”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최용근 변호사 /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상근변호사]
“이번 영장 기각으로 법원은 ‘제 식구 감싸기’가 사법적폐 청산이라는 대의보다 더 높은 가치라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결국 자신이 개혁 대상임을 스스로 증명하였다.”

앞서 법원은 자정이 지난 오늘 새벽 0시 48분쯤,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범죄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이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법원은 아울러 증거인멸이나 도주 염려도 없다는 점 등도 영장 기각 사유로 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현 단계에서 두 전직 대법관을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 법원 판단입니다.  

앞서 영장심사에서 박병대 전 대법관은 '노모가 문에 기대어 아들을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 기문이망(倚門而望)을 언급하며, “나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는 판사님께  달렸다”고 사법연수원 16기수 후배 판사에 ‘읍소’했습니다. 

실제 심사를 맡은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을 기각하며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이라며 가족관계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영장 기각에 대기하던 구치소를 빠져나오며 박병대 전 대법관은 “법원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 그 이상 더 드릴 말씀은 없다”며 떠났습니다.

뒤이어 나온 고영한 전 대법관도 “추위에 고생들이 많다”고 기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여유를 보이며 “다음에 말하겠다”고만 하고 서둘러 구치소를 떠났습니다. 

앞서 검찰은 임종헌 전 차장 구속영장에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공범 관계’로 적시한 바 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에 참가한 시민단체들은, 법원이 이를 인정해 임 전 차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해 놓고, 정작 상급자로 책임이 더 막중한 두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송상규 변호사 / 민변 사무총장]
“그 공범관계에 있는 그 상급자들에 대해서 같은 내용으로 구속영장이 청구가 되었을 때, 그것을 법적으로 판단했을 때 ‘다른 판단을 한다’라고 한다면 뭡니까. 스스로 모순이죠. 그리고 ‘법적으로 일관성이 없다’라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제 정말로 법원엔 더 기대할 게 없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검찰은 공모관계 입증에 대한 보강 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법원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것을 기각 사유로 들은 점은 영장 재청구에 큰 부담입니다.  

“법원이 스스로 사법적폐 청산을 거부하고 그 자격을 포기했으므로 특별재판부 설치가 시급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두 전직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이 특별재판부 도입의 단초가 될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김정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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