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15기 이상 후배들에 맡겨진 전직 대법관들의 운명
예상외로 3시간반~5시간 만에 일찍 심사 끝나고 구치소 대기

[법률방송뉴스]

오늘(6일) 서울중앙지법에선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혐의를 받는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렸습니다. 

미국에선 ‘Supreme Court Justice’, 그 자체로 ‘정의’라 불리는 전직 ‘대법관’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헌정 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관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 현장을 김정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생을 법관으로 다른 사람들의 죄를 단죄해 왔을 박병대 전 대법관이 오늘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한 ‘피의자’ 신분으로 법원에 나왔습니다.   

굳은 표정의 박병대 전 대법관은 입을 꽉 다물고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
(전직 대법관으로서 영장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경이 어떠십니까)
"..."

(사심없이 일했다고 하셨는데 이번 책임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

5분여쯤 뒤에 법원에 나온 고영한 전 대법관도 딱딱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고영한 전 대법관]
(전직 대법관으로서 영장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경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사법부 신뢰회복 바란다고 하셨는데 책임 통감하시나요)
"..."

고 전 대법관은 긴장한 듯 몸담고 있던 법원 안에서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박 전 대법관 영장심사는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고 전 대법관은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각각 맡았습니다. 

임 부장판사는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실무 총책임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검사 출신인 명 부장판사는 오늘 영장심사를 받는 두 전직 대법관의 사무실과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한 판사입니다. 

검찰은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앞서 구속기소된 임 전 차장이 받는 범죄 혐의가 상급자인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의 지시 또는 관여 하에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 판단입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배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사건 재판, 여기에 ‘정운호 게이트’ 판사 대상 수사 확대 차단과 ‘영장재판 가이드라인 제시’ 등 부당한 재판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실행과 헌재 파견 법관으로부터 헌법소원 관련 기밀을 ‘김앤장’에 넘기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까지, 두 전직 대법관이 받는 혐의는 방대합니다. 

검찰이 청구한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만 158쪽, 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108쪽에 달합니다. 

사법연수원 기수로 15기 이상 차이 나는 후배 법관들의 판단에 구속 여부가 맡겨진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은 영장실질심사 약 3시간30분 만인 오후 2시쯤 법원을 떠나 서울구치소로 이동했습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심사는 5시간여 만인 오후 3시20분쯤 끝났습니다.

두 전직 대법관은 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대기하기 위해 구치소로 향하면서, 법원에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고영한 전 대법관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전직 대법관 구속으로 국민의 믿음과 희망이 꺾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충분히 잘 반론했고, 잘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 변호인도 "사실대로 진술했다"며 "재판부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핵심 피의자인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오늘 밤이나 늦어도 내일 새벽 결정 날 전망입니다. 

법률방송 김정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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