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232조 '자격 모용에 의한 사문서 작성죄'
타인의 자격을 '도용'하거나 '사칭'한다는 의미
뜻도 안 통하는 '그들만의 용어'... "바꿉시다"

[법률방송뉴스] 검사나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오는데요.

형법엔 이런 식으로 타인의 자격을 도용하거나 사칭하는 것과 관련한 처벌 조항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자격 모용에 의한 사문서 작성죄’인데요.

자격 모용, 모용, 무슨 뜻일까요.

법률방송 연중기획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28일)은 ‘모용(冒用)’입니다.

김정래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6년 개봉한 황정민 강동원 주연 영화 ‘검사외전’입니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검사와, 감옥 밖으로 나온 사기꾼의 세상을 향한 한바탕 통쾌한 복수극을 그린 범죄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에선 사기꾼 역을 맡은 강동원이 검사 신분증을 위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관련해서 우리 형법엔 ‘자격 모용’이라는 처벌 조항이 있습니다.

형법 제232조 '자격 모용에 의한 사문서의 작성'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 또는 도화를 작성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는 구절이 그것입니다.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모용’.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사이트에서 ‘모용’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봤습니다.

모두 4개의 단어가 검색됩니다.

모용(毛用), 털을 씀. 모용(毛茸), 식물의 잎이나 줄기의 표면에 생기는 잔털. 

용모를 뜻하는 모용(貌容)에, 고대 중국 북방민족 선비족(鮮卑族)의 하나인 모용(慕容)족까지.

모두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할 때의 ‘모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뜻입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 관계자]
(‘국어사전에 없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입니까) 
“아직 확실하게 보편화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 일반 시민들이 그 뜻을 알 리 만무합니다. 

[이은혜 / 서울 강남구]
(모용이란 말 들어보셨습니까)
“아니요, 잘 모르겠어요.“

[나윤석 / 서울 광진구]
(일상에서 한 번도 안 들어 보셨나요)
“네, 거의 못 들어본 것 같은데요.“

형법에 나오는 ‘모용(冒用)’은 ‘모험(冒險)을 하다’ 할 때 쓰는 ‘무릅쓰다’라는 뜻의 ‘모(冒)’ 자에 ‘쓸 용(用)’ 자를 씁니다.

이 ‘모(冒)’ 자엔 ‘거짓으로 대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따라서 형법의 모용은 ‘거짓으로 대서 쓰다’, 즉 타인의 자격을 ‘도용’하거나 ‘사칭’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립국어원 사전에도 안 나오는 말이지만 법조계에선 그냥 일상적으로 쓰는 말입니다.

[임지석 변호사 / 법무법인 혜율]
“법률용어로 모용은 이름이나 자격 등을 허위로 기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법조계에서는 자주 쓰이는 표현입니다.”

일반 시민들은 쓰지도 알지도 못하는 법조계 ‘그들만의 용어’, 모용. 

국어사전에도 없고, 일반 사람들은 의미 파악도 힘든 말을, 대체할 단어가 있음에도 계속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모용,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김정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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