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난장판' 지하철 공사〉 ④ 9호선 '지옥철' 만들고는 버스노선까지 없앴다
악다구니같은 지하철9호선 출퇴근길... 시민들에게 짜증 넘어 체념을 '세뇌'시키나
'지옥철' 만들고는 강서-강남 버스노선마저 없애... "혼잡해도 빠른 지하철 탑니다"
1970년대 '콩나물시루' 버스 재연... 50년 지하철 공사, 오히려 '혼돈'을 일상화시켜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 ‘LAW 투데이’ 현장기획 ‘50년 난장판 지하철 공사’.

오늘은 그 네 번째로, 수요예측이라고 할 수도 없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지하철 수요예측으로 시민들의 발을 ‘지옥철’로 만들어놓은, 주먹구구식 지하철 공사 실태를 고발합니다. 이현무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늘 오전 8시 서울지하철9호선 신논현역입니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승객들이 튕겨지듯 쏟아져 나옵니다. 

밀려 튕겨져 나온 한 여성 승객이 짜증스런 표정으로 뒤를 돌아다봅니다.

한참을 승객들이 쏟아져 나온 뒤, 쏟아져 나온 자리로 줄을 서있던 승객들이 꾸역꾸역 밀려 들어갑니다.

떠밀려서 차량 밖으로 나온 한 여성 승객이 휩쓸리지 않으려고 열차 앞에서 버티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상당수 승객들은 승차를 포기하고 그대로 서서 다음 지하철을 기다립니다.  

출퇴근 시간이면 지하철9호선 역 곳곳에서 어김없이 벌어지는 장면들입니다.

지하철 안은 얼굴과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시민들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A씨/ 서울 서초동]
“6시50분 이 때 열차에 탔는데도 꽉 낑겨서 움직일 수도 없고 내릴 때도 고생이고 탈 때도 고생이고 몇 번은 이제 그냥 아예 보내야 할 때가 많고, 그리고 배차 간격도 너무 긴 것 같아요.”

출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지옥철’로 변하는 서울지하철 9호선. 도대체 수요예측을 어떻게 했는지 관할 서울시에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황당’ 그 자체였습니다. 

“혼잡할지 안 할지 사전에 어떻게 아느냐"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말입니다. 

[서울시 민자철도운영팀 관계자]
“계획을 수립을 할 때는 이게 혼잡할지 안 할지는 사실상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개통을 해봐야 알 수 있는 사안이잖아요. 수요분석에서도 그렇게 ‘출퇴근 시간대 몇 명 이용한다’라는 걸 알 수 없어요.”

그러면 수요예측을 뭐하러 하냐는 질문에는 “혼잡해도 탈 사람들은 다 탄다"는 더욱 황당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서울시 민자철도팀 관계자]
“아무리 혼잡하더라도 내가 그냥 30분만에 가고 말지, 1시간 걸리는 버스를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다들 버스보다는 지하철 이용을 하는 거죠. ‘교통 편의성’ 확충이라고 해야 하나요”

서울 강서와 강남을 연결하는 지하철9호선. 

이렇게 ‘아무리 혼잡해도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탈 거’라는 인식 위에 서울시는 강서와 강남을 잇는 버스 노선들을 ‘과감하게’ 폐쇄해 버렸습니다.

그리곤 “9호선 말고는 대체 노선이 없다”고 스스럼없이 말합니다.  

[서울시 민자철도운영팀 관계자]
“지금 강서와 여의도 강남을 연결하는 노선은 9호선 말고는 없습니다, 서울시 지하철에서는. 대체 노선이 없어요. 그 전까지는 강서에서 여의도 강남으로 가실 때 다들 버스를 이용을 하셨는데 지금 9호선 개통한 이후에는 그 버스 노선도 거의 다 없어지고 해서 대체재가 없습니다. 9호선밖에...”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지옥철’을 만들어 놓고, 있던 버스 노선을 폐쇄해 싫든 좋든 ‘지옥철’을 탈 수밖에 없는 황당한 상황을 만들어버린 서울시. 

지금은 사라진 ‘버스 안내양’이 있던 1970년대, ‘원더우먼’ 같은 놀라운 능력으로 승객들을 버스 안으로 밀어넣고 위태위태하게 달리던 ‘콩나물 시루’ 버스.

그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가 가장 최근에 개통한 서울지하철9호선에서 반백년의 세월 터울을 두고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이런 황당하기까지 한 주먹구구식 지하철 공사는 이게 끝이 아닙니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역사 바깥 지상입니다. 지하철 공사를 한다고 도로 한복판을 다 파헤쳐 놨습니다.

도로를 막고 공사를 하다 보니 낮이고 저녁이고 차량들이 밀리는 건 기본, 차선이 엉키면서 버스들은 승객들을 그냥 도로에 내려놓고, 승객들도 그냥 도로 한복판에 나가 버스를 타고 택시를 잡습니다.

[정수진 / 서울 천호동]
“저번에는 갑자기 타려고 하는데 오토바이가 앞으로 슥 지나가서 너무 놀랐거든요. 이게 임시 버스정류장이 잘 세워지지 않는 곳은 거의 제가 기다려도 버스를 잘 못 탄 적이 많아서 많이 불편하다고 생각해요.”

[노아현 / 서울 양평동]
“차량 많은 시간에는 조금 버스가 여기까지 오기도 힘들고 사람들도 앞으로 나가야되니까 많이 위험하죠.“

 신논현역과 종합운동장역을 잇는 지하철9호선 2단계 사업은 지난 2015년 3월 끝났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강남역에서 신논현역을 거쳐 용산역을 잇는 신분당선 3단계 사업이 착공됐습니다. 

지하철 공사가 끝난지 2년 2개월 만에 다시 지하철 공사를 한다고 강남 한복판을 온통 다 파헤쳐 놓고 공사판으로 만들어 버린 겁니다. 

한 치 앞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하는 주먹구구식 지하철 철도 공사.

[서울시 관계자]

“강남-용산 구간은 국토부 민자철도팀이나... 그게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주무관청이 국토교통부입니다.“

[국토부 관계자]

“예비타당성 조사도 거치고 실질적으로 돈이 투입돼서 사업을 하다보면 사업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는 거고요. 사업을 하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이런 부분까지 사실 정부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지 그게 약간 좀 의문이 듭니다.”

문제는 이런 주먹구구식 공사와 이로 인한 시민 불편이 비단 신논현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1974년 서울지하철1호선 개통 이래 50년 가까이 끊임없이 되풀이되어 온 일입니다. 

[최진석 /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종합조정 기능은 조금 약해요. 우리나라가 항상 그래요. 왜냐면 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사실 철도의 근본적인 문제 중에 이런 종합조정이라든지 협의 이런 것들이 잘 안 되는 게 되게 많죠...”

9호선 1단계 공사를 기준으로 신논현역은 18년째 ‘팠다, 덮었다’ 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혼잡과 혼돈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 신분당선 3단계 공사의 경우 오는 2022년 완공 예정입니다.

앞으로 4년은 더 신논현역은 공사판으로 있어야 한다는 예기입니다. 

그 이후엔 신논현역이 다시 파헤쳐지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을까요.

말로만이 아닌 실제로 뭔가 쳬계적이고 종합적인 계획 마련과 실행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이현무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