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정신보건법 시행규칙의 별지 제18호 서식 ‘입원 요청 및 진단결과 기록부’. /법령정보센터
2012년 정신보건법 시행규칙이 규정하고 있는 별지 제18호 서식 ‘입원 요청 및 진단결과 기록부’. /법령정보센터

[법률방송뉴스]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등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법이 정한 전문의의 진단서 양식도 없이 입원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검찰 조사에서 직권남용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당시 정신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문의 대면절차는 물론, 전문의 진단서 양식도 없이 강제입원을 시도해 직권남용 혐의를 벗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선씨의 딸 이씨가 지난 8월 SNS에 공개한 전문의 2명의 소견서를 보면 정해진 양식 없이 ‘이재선씨의 문건에 대한 평가의견서’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자에 대한 진단 의뢰에 대한 회신서’ 등 자유양식으로 작성돼 있다.

이재명 지사가 강제입원 시도한 2012년 당시의 정신보건법 25조 3항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제2항의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자에 대하여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어 그 증상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당해인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또는 운영하는 정신의료기관 또는 종합병원에 2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입원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당시 정신보건법 시행규칙에는 ‘입원신청, 입원동의 요청 또는 입원조치 의뢰사항과 진단 결과에 대한 기록·유지는 별지 제18호 서식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별지 제18호 서식은 ‘입원 요청 및 진단결과 기록부’로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신상정보와 진단내용, 요청결과 등의 내용을 기술하고 전문의와 기록자가 서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는 이러한 전문의 진단서 양식을 무시한 채 ‘의견’이나 ‘회신’ 등의 제목으로 작성된 전문의의 소견을 바탕으로 분단보건소장에게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지시한 것이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당시 전 보건소장 구씨는 “이재명 시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인사철이 아니었는데도 다른 지역으로 전보 조치됐다”고 진술했고, 후임자인 이 씨는 “해외 출장 중인 이 시장이 전화로 당장 친형을 입원시킬 것을 독촉해 구급차를 타고 출발했지만 부담을 느껴 돌아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선씨의 딸 이씨는 “해당 전문의의 병원에 분당보건소장과 백모 비서가 공무원들의 진술서와 이재선의 민원 글들을 직접 들고 의견서소견을 받으러 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재선씨 정신감정에 대한 분당서울대병원(왼쪽)과 차의과대학교 의견서. /SNS
이재선씨 정신감정을 의뢰한 분당구보건소가 회신받은 분당서울대병원(왼쪽)과 차의과대학교 의견서. /SNS

특히 이재명 지사는 이재선씨의 2주 강제입원 절차에서 전문의 대면진단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성남시 공무원들이 일괄 작성한 진술서만을 바탕으로 회신 받은 전문의 의견서로 강제입원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신된 의견서에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재선씨의 문건에 대한 평가의견서’에서 “이씨가 인터넷상에 기술한 내용 및 접촉한 사람들의 상황설명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내용을 평가한 결과 (중략)... 다만 상기 의견은 문건의 평가를 통하였으므로 의학적 효력이 없으며 임상적 진단이나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대면평가를 거쳐야함”이라고 적고 있다. 

또 차 의과대학 정신건강관리학과 주임교수는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자에 대한 진단 의뢰에 대한 회신서’에 “환자를 직접 면담하지 아니하였으나 (중략)... 서류상 검토한 결과 자신 및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 할 것으로 사료된다”라고 적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제68조 1항에는 ‘누구든지 제50조에 따른 응급입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대면 진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등에 입원등을 시키거나 입원등의 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대면’이라는 단어는 지난해 5월 해당 조항에 추가되긴 했지만, 이재명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시도 혐의의 시점인 2012년에도 지자체장에 의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 대면진찰은 필수였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2001년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정신질환자 입원 시 전문의 진단은 대면진찰을 뜻한다’고 돼 있다”며 “법적으로도 그렇고 보건복지부의 법리 해석도 정신병원 입원 시 정신과 전문의의 대면진찰이 당연히 있어야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2012년 당시에도 의심 환자 발견 시 전문의의 대면진찰을 거쳐 지자체장이 2주간의 강제입원 조치를 할 수 있고, 이후 전문의 2명 이상의 대면진찰을 받으면 3개월 강제입원이 가능하다”며 “두 입원 절차 모두 각각 별지 18호와 19호 진단서 양식을 작성해 입원을 요청하고 진단 결과를 기록 보관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지사는 지난 2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정신질환자의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우리 시민들이, 공직자들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정신보건법에 의한 절차를 검토하도록 했을 뿐”이라며 “정치적 문제제기나 그런 것으로 사실상 불가능했고, 시장이 아니었다면 정신질환 진단을 맡겼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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