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정신적 고통 3천만원 배상"... 사망 책임은 “인과관계 찾을 수 없다“며 부인
법조계 "장기간 다수가 성희롱 자행... 법원 판결 '성 인지 감수성’ 결여됐다” 비판

[법률방송뉴스] 상사나 동료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해온 지차제 여성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가해자들과 지자체는 이 여성 공무원의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심층 리포트, 김태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시 산하 연구원에서 막내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3년 2014년 사이 직장에서 이런저런 성희롱 발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연예인 누드 원본사진 보내줄까” 정도는 약과, 회식을 하다 “모텔 가자”고 하거나 “나랑 같이 자게?” 등의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씨는 2014년 5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에 A씨의 유족들은 가해자들과 직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일단 A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당한 성희롱 얘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호소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피고인들은 총 3천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만, A씨의 사망에 대해선 성희롱과 극단적인 선택 사이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A씨의 유족들은 항소심에서 "지자체가 성차별적 근무환경을 방치한 탓에 우울증이 발병·악화됐다”며 “소속 기관이 사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오늘 1심과 같이 사망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총 3천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런 발언으로 망인이 자살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거나, 이런 발언이 통상적으로 상대방의 자살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성희롱이 있었고, 이 성희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의 스트레스였는지, 그 인과관계 성립에 의문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조현주 / 법률구조공단 변호사]
“예견 가능성이 있어야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성희롱 발언을 한 사람 입장에서 이 사람이 다른 문제가 더 보이지 않는다든가 이 발언만으로 평균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사람이 자살에 이를 정도였던가...”

반면 가해자가 3명으로 다수인 점, 일회적이 아니고 장기간 한 사람에게 집중돼 성희롱이 자행된 점 등을 감안하면 사망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성적 수치심은 사람마다 느끼는 수위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죽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한, 이른바 ‘성 감수성’이 결여된 판결이라는 비판입니다.

[임유정 / 법무법인 태율 변호사]
“어찌 보면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대한 이해도가 재판부가 낮아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일 수도 있어요. 법원이 좀  판단을 회피를 한 거예요. 인정하려면 왜 그렇게 인정을 했는지 그 근거를 들어야 되는 어려움이 있는데...”  

“지자체 근무환경이 망인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유족들은 “사람이 죽었는데 뭐가 얼마나 더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여야 하냐”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단이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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