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나쁜 사람을 벌주기 위해 늦는 거란다"... 워킹맘 판사의 죽음과 '재판거래' 대법관들
"엄마는 나쁜 사람을 벌주기 위해 늦는 거란다"... 워킹맘 판사의 죽음과 '재판거래' 대법관들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8.11.23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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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거래' 등 의혹 전직 대법관들 사상 초유 검찰 줄소환... "송구하다"
초등생 아들 2명 둔 워킹맘 판사, 격무 야근 후 자택에서 뇌출혈 사망
"지금 '송구'할 일을 그때는 왜 했는가... 법원 스스로 사법정의 세워라"

[법률방송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거래 혐의를 받는 고영한 전 대법관이 오늘(2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오늘 ‘앵커 브리핑’은 전직 대법관들의 검찰 줄소환과 그들이 말하는 '송구함'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지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양승태 사법부의 ‘넘버 2’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영한 전 대법관은 부산 법조비리 사건 무마 의혹 등 여러 건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데 선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은 착잡한 얼굴로 “법원행정처의 행위로 사법부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고 전 대법관은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옳은 판결, 바른 재판을 위해 애쓰는 후배 법관을 포함해 법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후배 판사들에 대해 미안해 했습니다.

고 전 대법관은 아울러 “사법부가 하루빨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길 바랄 뿐” 이라는 바람도 잊지 않았습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역시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 전 대법관이, 19일에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 나왔습니다.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 3명이 같은 사건으로 검찰에 줄줄이 불려 나오는 법원으로선 참담하기 그지없을 사상 초유의 사태.

검찰 포토라인에 선 박병대 전 대법관도 오늘 고영한 전 대법관처럼 후배 판사들에 대해 “송구하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경위를 막론하고 그동안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을입고 또 조사를 받기까지 된 데 대해서 대단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또 송구합니다”라는 게 박 전 대법관의 말입니다.

박 전 대법관도 그러면서 오늘 고 전 대법관처럼 “우리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둔 서울고법 이 모 판사가 주말 야근을 마치고 돌아온 새벽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엄마는 나쁜 사람을 벌주기 위해 늦는 거란다.”

숨진 워킹맘 판사가 워킹맘 법조인 카페에 “아이가 엄마, 아빠와 보내는 시간이 적다고 한다”는 고민을 털어 놓으며 아들에게 설명해줬다는 말입니다.    

한 달 전엔 “이제 새벽 3시가 넘어가면 몸이 힘들다. 내가 쓰러지면 누가 발견할까”라는, 마치 작금의 사태를 예견하는 듯한 글을 남겨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판사들은 과로로 숨진 워킹맘 판사처럼 묵묵히 매일 엄청난 양의 서류들과 씨름하며 올바른 판결을 내리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있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참담하기 그지없는 ‘재판 거래’라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지시되고, 거부되지 않고 실행된 것 역시 사실로 드러나고 싶습니다. 

입이라도 맞춘 듯 후배 법관들에 송구하다는 전직 대법관들. 지금 송구할 일이 그땐 송구하지 않았는지, 무엇보다 이게 밝혀지지 않고 덮어진 채 지나갈 거라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모쪼록, 사법농단에 대해 사법부 스스로 가을서리처럼 사법 정의를 세우고 뼈를 깎는 자성과 자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법원으로 거듭나길 바라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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