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어린이집 차량 '4세아 방치 사망' 후에도 달라진 것 없어
광주 어린이집 차량 사망사고 기사 "선팅으로 차량 내부 못 봐"
“어린이보호차량 불법 선팅부터 제거하라” 청와대 국민청원 봇물
복지부·교육부·경찰 서로 떠넘기기... "행정당국부터 실정법 무시"

[법률방송뉴스] 지난 7월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4살 여자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통학차량 인솔교사와 운전기사 등에게 금고형 실형이 선고됐다는 소식 어제(21일) 전해드렸는데요.

끔찍한 사고 이후, 어린이집 통학차량들은 달라진 게 있을까요.

저희 법률방송에서 어린이집이나 아이들 학원차량 불법 선팅 실태에 대한 시청자 제보를 받아봤습니다.

'LAW 투데이 현장기획'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10차선 도로 위에 ‘실력 업! 레벨 점프 업!’이라고 적혀 있는 노란색 어린이 학원 버스 한 대가 서있습니다.

버스 앞창에는 ‘어린이 보호차량’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짙은 불법 선팅으로 멀리서는 물론 가까이서 들여다봐도 내부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원 버스 뒤에 서있는 어린이집 통학차량도 짙은 불법 선팅으로 안이 보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또 다른 어린이집 통학버스입니다. 네다섯살 어린아이들이 버스에 하나둘씩 올라탑니다.

실버 계열의 불법 선팅으로 창을 바른 이 통학버스는 어린이 수십명이 탔지만 차량 옆에서 봐도 아이들의 윤곽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무슨 유행이라도 되는지 이같은 실버 계열의 불법 선팅 차량은 도로 위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태우기 위해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는 차량도,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도, 주차 중인 차량도. '어떤 어린이집 차량이 더 짙게 선팅을 했는지 내기를 했나' 싶을 정도로 시커멓게 선팅이 돼있어 차량 내부가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우상원(21) / 서울 강남구]
"왜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애초에 선팅을 이렇게까지 해야 될 필요가 있나..."

[강현우(32) / 경기 성남시]
"계속 뉴스에도 나오고 애들 차 안에 갇혀서 더워서 죽고 이런 뉴스 보면 아무래도 안전 상의 문제에 있어서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지난 2014년 교육부가 어린이집 통학차량 선팅 실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6만 7천 363대 가운데 측면유리를 과도하게 선팅한 차량이 전체의 61.5%나 됐습니다.

어린이집 차량 10대 가운데 6대는 불법 선팅 차량이라는 얘기입니다.

[권은희 / 바른미래당 의원]
“어린이집 차량 같은 그런 차량에 대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서 규제를 강화하고, 여기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는 쪽으로 이렇게 접근해야 된다...”

이런 어린이집 차량 불법 선팅은 단순히 불법 선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각종 어린이 안전사고로 이어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지난 7월 경기도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4살 여자아이가 7시간 넘게 방치돼 열사병으로 숨진 사고가 대표적입니다.  

인솔교사와 담임교사, 운전기사, 원장 등 어린이집 누구도 아이가 펄펄 끓는 차에 갇혀 죽어가고 있는 걸 몰랐습니다.  

실제 2년 전 경기도 광주 어린이집 사망사고의 경우 운전기사가 세차를 하면서도 “짙은 선팅으로 차량 내부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선팅에 대한 정도가 일반 자가용보다도 훨씬 더 옅게 해줘야 되고, 밝게 해줘야 된다는 거죠. 왜냐하면 성인들이 바깥에서 확인하거나 관리를 안 해주게 되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어린이보호차량 불법 선팅을 규제해 달라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지만, 정작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는 소 닭 보듯, 남 일 얘기하듯 합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저희는 복지부에서는 선팅 관련해가지고 실태조사를 한다고 나간 게 없거든요. 저희는 전혀 어린이집 통학차량 선팅 관련 실태조사를 한다거나 계획 나간 게 없습니다. 저희 쪽이 아니라 도로교통법상이나 자동차 규칙에 관련한 거라서 경찰청에..."

관심이나 성의가 없어 보이긴 경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이 통학차량 불법 선팅을 떼고 싶으면 하나하나 알아서 신고하라는 식입니다. 

[경찰 관계자]
"일괄적으로 전수조사 하거나 그런 것은 없고요. 선팅 규제는 도로교통법에 있는데 그것을 준수하지 않는 차가 대부분이에요. 그런 상태에서 규제 있는대로 다 이것을 단속할 수는 없고 아무래도 어린이 통학버스는 저번에도 이슈가 되고 그러다보니까 조금 단속할 필요성 있다고 해서 신고 위주로 주로 단속 중이에요."

5년 전 어린이집 불법 선팅 차량 전수 실태조사를 하고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교육부도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교육부 관계자]
"저희가 작년에 선팅 자료는 조사하지 않았어요. (왜 없죠?) ... 그게"

법은 있지만 규제도 단속도 제거도 없는 ‘어린이보호차량’ 불법 선팅, ‘보호’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오늘도 차에 탔는지, 안이 보이지도 않는 차량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원 같은 아이들 타는 차량만이라도 우선 불법 선팅 필름을 제거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자동차 정기검사나 어린이집 점검 나갔을 때 떼는 게 정말 그렇게 힘든 일일까요. 

의지도 관심도 없는 정부당국의 방관과 직무유기 속에 오늘도 안이 보이지 않는 불법 선팅 차량은 아이들을 실어나르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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