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니까 임금 안 줘도 돼"... 임금체불 IT업체의 황당한 답변
"스타트업이니까 임금 안 줘도 돼"... 임금체불 IT업체의 황당한 답변
  • 김태현 기자
  • 승인 2018.11.21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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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2시간 근무 월급 50만원' 근로계약서 쓰게 하고 그마저 1년 체불
노동청 신고하자 "법인 등록 안 한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안 줘도 돼"
근로기준법 위반 지적에 "수익이 있어야 임금을 주지"... 어이없는 답변
'양진호 사건' 계기로 드러난 IT업계의 갑질·폭행... 구조적·근본적 문제

[법률방송뉴스] IT업계에 만연한 폭행과 갑질 관행, 그제 저희 법률방송에선 월급 50만원 황당한 ‘노예계약서’에 대해 보도해 드렸는데요. 

오늘(21일)은 그나마도 지급하지 않는 IT업체의 고질적인 상습 임금체불 실태를 고발합니다.  

회사 측의 답변을 보니 뻔뻔함을 넘어 당황스러움과 일종의 ‘경이로움’까지 느껴지는데요.

'LAW 투데이' 심층 리포트, 김태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법률방송이 그제 보도한 한 IT업체의 근로계약서입니다.

하루 근무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2시간, 월급으론 5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입니다.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더 어이없는 건 그나마 이 50만원도 첫 달만 주고 1년 가까이 제대로 안 줬다고 합니다. 

[박모씨 / I업체 전 직원]
“회사가 너무 어렵다, 지분으로 주겠다는 식으로 그렇게 계속 미뤄왔어요, 그렇게 퇴직 후에도 달라 그랬더니 이제 투자 받으면 주겠다...

견디다 못해 관할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노동청에 나온 회사 측의 답변은 “법인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월급을 주지 않았다”는 ‘황당’ 그 자체였습니다.  

[I업체 관계자]
“어떤 말씀이냐면 당시에는 법인이 없었어요. 사업자도 없었고, 스타트업이었거든요. 당시에는 사업자도 아니었고...”

너무도 당당한 ‘황당’한 답변에 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오히려 ‘당황’해 되묻습니다.

[노동청 근로감독관] 
“사업자가 아니었다는 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I업체 관계자]
“그러니까 사업자, 법인, 뭐 이런 사업자등록증 이런 서류 등이 당시에는 전혀 없었습니다.”

사업자등록을 안 해서 월급을 안 줬다는 회사.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근로감독관이 먼저 월급 50만원 근로계약서의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위반을 지적하지만 말 그대로 ‘소 귀에 경 읽기’입니다. 

[노동청 근로감독관]
“사실 임금 월 50만원이라는 거는 말이 안 맞는 거 같아서...”
[I업체 관계자]
“근로자인데 근로자이면 결국엔 저희가 그것에 대해  수익이 발생했을 때 (임금을) 지급하는 거죠. 무슨 일의 건에 대해서 이만큼 이렇게 지급을 한다, 이렇게 하는 거죠.”
[노동청 근로감독관]
“월 지급을 하셔야 되는 거죠, 최저임금.”

월급 50만원짜리 근로계약서의 위법 여부를 떠나 그나마 그것도 왜 지급하지 않았냐고 묻지만, 업체 측은 이제 근로계약서 효력 자체를 부인합니다. 

[노동청 근로감독관]
“그럼 이건(근로계약서) 뭐예요?”
[I업체 관계자]
“이게 근로계약으로서의 효력이 있냐 이거죠.”
[노동청 근로감독관]
“아니, 지금 이거는 이사님이 잘못 생각을 하시는 거지. 이건 최저임금을 해서 지금 급여가 발생돼야 하는 문제인데, 법적으로.”
[I업체 관계자]
“아니, 그게 왜 잘못 생각하는 거예요. 무슨 말씀 하시는지 저는 잘 이해가 안 되는데...”

너무도 무책임하고 뻔뻔하기까지 한 답변에 급기야 근로감독관의 언성이 높아집니다. 

[노동청 근로감독관]
“출퇴근 했어요, 안 했어요?”
[I업체 관계자]
“출퇴근한 게 맞아요. 저희 사무실에 온 건 맞는데, 
[노동청 근로감독관]
죄송한데 일을 못 시키고 성과를 못 낸 거에 대해서는 회사 책임인 거죠. 
[I업체 관계자]
그게 회사가 아니라요, 회사인데 실체가 아무 것도 없다니까요. 주식회사 0000000라는 게 없다고요. 어떻게 할 거예요, 없는데. 아, 왜 이걸 이해를 못 하시지. 답답하네.”   

대화라고 할 수도 없는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그나마 50만원짜리 근로계약서라도 쓴 경우엔 노동청에 찾아가 하소연이라도 하고 얼마라도 받아낼 수 있지만, 그나마도 안 쓴 경우엔 그야말로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현우 / I 업체 전 직원]
“사실상 저는 숙직생활을 하면서, 근데 저는 그것을 증명할 길이 전혀 없어요. 기록이 없거든요. ‘실질적으로 확인할 게 없네. 너 구두로 약속했던 거 같은데’라고 얘기를 하면서 그냥 사측의 손을 들어준 거죠.”

임금체불과 폭행 등 갑질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업체 측을 찾아갔지만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I업체 관계자]
(폭행이라든가, 임금체불이라든가 내용 확인만 해주시면 되는데...) “저희 할 말 없고요. 취재에 응하지도 않을 거니까 알아서 가세요. 저희쪽 변호사를 통해서...”

문제의 업체는 이미 폐업했고, 지금은 임금체불 업체와 전혀 상관없는 회사라는 해명입니다.

하지만 업체에서 건네준 ‘이사’라는 직함을 가진 또 다른 관계자의 말은 다릅니다.

[I업체 관계자]
“관계가 있구요. 계약서를 쓰신 분에 대해서는 뭐 잘 알고 계시겠지만 돈이 지급이 되었고요. 되어가고 있고요...” 
  
문제는 이렇게 애초 법인 설립 신고를 안 했거나, 기존 법인 폐업 신고를 하고 다른 법인을 설립했을 경우 회사를 상대로 딱히 법적으로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서울지방노동청 관계자]
“법인이면 안 되죠, 회사가 없어지면, 법인이면. 민사소송도 사람이 죽으면 아무 것도 못해요. 법인도 폐업하고 없어져 버렸으면 대상이 없어져 버린 거잖아요. 소송 대상이...”

몰라서도 당하고 알고도 당하는 IT업계 불공정 갑질, 

법과 제도의 구멍을 틈탄 업체들의 갑질에 IT업계 노동자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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