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경찰청 훈령 근거 예외 경우 공표했지만 사실상 형법 위반
법제처 “2021년까지 상위법령 제·개정, 금지·허용 근거 마련할 것"
“경찰청 훈령 근거 ‘공개수배’ 관련 법령도 내년 말까지 제·개정”

[법률방송뉴스] 흉악범이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대형 사건이 경우 검찰이나 경찰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기소 전에 피의사실을 언론 등에 공표해 왔는데요.

사실 엄밀히 따지면 이런 ‘기소 전 피의사실 공표’는 형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법제처가 이런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행정 행위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현무 기자입니다. 

[리포트]

정부가 기소 전 피의사실 공표나 피의자 공개수배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법률 근거 마련에 나섭니다.

법제처는 오늘(20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수사·교정·치안 분야 행정규칙 정비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 공표는 “범죄 수사를 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다만 법무부 훈령인 '수사공보준칙'과 경찰청 훈령인 '수사사건 공보에 관한 규칙'을 통해 예외적인 경우 피의사실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들 훈령은 해당기관 ‘행정규칙’으로 법률은 물론 대통령령과 부령보다 아래에 있는 지침적 규정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행정규칙에 의거한 기소 전 피의사실 공표는 엄밀히 보면 법률에 근거가 없는 형법에 위배되는 행위입니다.  

이에 따라 법제처는 오는 2021년 12월 31일까지 법무부와 경찰청 훈령 상위법령 제·개정을 통해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명시적인 금지와 허용 근거를 함께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법제처는 또 법률상 근거 없이 경찰청 훈령에 따라 이뤄지는 ‘공개수배’에 대해서도 내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령을 제·개정해 법적인 근거를 명확히 할 계획입니다.

법제처는 이처럼 부당한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법무부와 대검, 경찰청 행정규칙 14건을 정비과제로 선정하고, 이 가운데 8건은 내년 상반기까지 우선 정비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수용자의 알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신문·도서·잡지 구독 불허와 구독허가 취소 등 지침은 내년 1월까지 삭제할 방침입니다. 

이밖에 소년원에 수용된 보호소년의 통화 내용을 소년원장이 청취·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규정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규칙들도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김외숙 법제처장은 "인권침해가 발생하기 쉬운 수사·교정·치안 등 분야에서 국가 공권력으로부터의 부당한 인권침해를 예방해 인권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이 이번 행정규칙 정비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외숙 법제처장은 "선정된 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비를 추진해 줄 것을 소관 부처에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와 검찰, 경찰 등 이른바 힘있는 기관들이 기소 전 피의사실 공표 등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행하던 관행 개선에 나설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이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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