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관련 법에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설립 규정
서울시 조례에는 '전직 대통령 미망인 거주 주택' 감세 규정

[법률방송뉴스] ‘미망인’, 남편을 따라 죽지 않은 여인.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이 성차별적이고 봉건적인 단어가 우리 법전에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이현무 기자입니다.

[리포트]

‘미망인(未亡人)’, 지난 1955년 제작된 한국 최초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의 데뷔작이자 마지막 작품입니다.

‘미망인’이라는 당시로선 상당히 선정적인 제목으로 여성의 관점에서 전후 여성들의 욕망을 충실하게 표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망인(未亡人)’, 한자로 뜯어보면 ‘아닐 미(未)’ 자에 ‘죽을 망(亡)’ 자, ‘사람 인(人)’ 자를 씁니다. 

직역하면 ‘아직 죽지 않은 사람’, 즉 ‘남편이 죽었는데 아직 죽지 않은 여자’라는 뜻입니다.

‘춘추좌씨전 장공편(莊公篇)’에 처음 나오는 말로, 원 뜻은 ‘남편을 여읜 여인’이 스스로를 낮춰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남편을 따라 죽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고 가부장적이어서 거의 쓰지 않는, 뜻을 알면 쓸 수 없는 말입니다.

실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미망인에 대해 “다른 사람이 당사자를 미망인으로 부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실례가 되는 미망인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우리 법전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것도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에 대표적 여성 비하 표현인 미망인이 올라 있습니다. 

제1조 ‘이 법은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미망인회를 설립함으로써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이 국민의 애국정신을 함양하며...'라는 조항이 그것입니다.

국가를 위해 산화한 전몰군경의 부인을 미망인, ‘아직 따라 죽지 않은 사람’이라고 묘사하고 있는 겁니다.

보훈처 관계자는 1963년 설립 당시부터 ‘미망인회’였다며 왜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라는 거는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에 명시돼 있어요. 그래서 그 명칭을 변경하려면 법령 개정이 필요하고...”

심지어 전직 대통령의 배우자를 미망인으로 써놓은 조례도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구세 감면조례 제9조 ‘전직 대통령 주택에 대한 감면’ 2항 ‘전직 대통령 또는 그 미망인이 거주하는 주택’이 그 조항입니다.

그 외 서초구와 송파구, 은평구 조례 등 미망인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우리 법전과 조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차별적 용어의 잔재.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인권의 기본을 보장하는 용어가 국가기관과 법령에 하루 빨리 반영되어야 합니다.

법률방송 이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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