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답변 유도 정황 등 아동 진술 신빙성 의심"... 아동학대 '무죄' 선고
2심 "아동 진술 신빙성 매우 높다"... 법원전문심리위원 의견 수용 '유죄'

[법률방송뉴스] 이제 3살짜리 아이들이 한 말이 법정에서 증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오늘(15일) ‘판결로 보는 세상’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오는 어린이집 학대와 아동 진술의 신빙성 얘기 해보겠습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30살 A씨라고 하는데 2015년 12월 21일부터 이듬해 1월 3일까지 2주 동안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무용 핀인 일명 ‘장구 핀’으로 이제 3살 난 아이들 7명을 무려 40차례 정도나 찌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사실이라면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아닐 수 없는데, 그렇지만 A씨는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진술을 보면 피해 아동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바늘에 찔렸다’는 답변을 유도한 정황이 있는 등 아동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1심 재판부의 무죄 선고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부산지법 형사항소2부 최종두 부장판사)는 오늘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어린이집 원장에게는 감독 책임을 물어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습니다.

1심 무죄 판결이 뒤집힌 건 "피해 아동 7명 진술의 신빙성이 매우 높다"는 법원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재판부가 받아들인데 따른 것입니다. 

"보육교사인 A씨는 아동을 건강하게 성장시키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상당 기간 아동들을 사무용 핀으로 수십 차례 찔러 큰 피해를 줬다", "특히 손바닥 등 맨눈으로 잘 확인할 수 없는 부위를 찌르는 등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A씨에 대한 재판부의 질타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A씨는 교묘하고 악랄하게 범행을 저질렀지만 모함을 일삼고 법정구속 된 이후에도 반성하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앞서 지난달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도주 우려가 크다"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을 이례적으로 법정구속해 징역형 실형 선고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불천노(不遷怒) 불이과(不貳過).

화를 옮기지 않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공자가 ‘어느 제자가 가장 뛰어나냐’는 애공의 질문에 요절한 애제자 안회를 그리워하며 높이 평가하며 한 말입니다.  

말을 안 듣는 아이들에게 화가 났든, 다른 어떤 이유가 있었든 3살 아이들을 사무용으로 핀으로 수십 차례나 찌른 어린이집 교사.

화, 노여움, 분노는 옮긴다고 사라지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잘못 옮기면 자신만 더 태우고 잡아먹는 것 같습니다. 오늘 판결을 보며 든 생각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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