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난장판' 지하철 공사〉 ②개발분담금 5천억원 낸 주민들 "LH와 국가, 사기 분양"
신분당선 연장 2단계 사업 광교-호매실 구간 '2006년 착공' 계획... 아직 첫 삽도 못 떠
호매실 입주민들 "교통지옥이 따로 없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수십년 공사판인가

[법률방송뉴스] 저희 법률방송은 지난주 하염없이 늘어지는 지하철 공사와 이로 인한 시민 불편에 대해 보도해드렸는데요.

더 취재를 해보니 이렇게 지하철 공사가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몇천억, 조 단위 지하철 공사가 이렇게 이뤄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LAW 투데이 현장기획', 이현무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기도 수원 호매실동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12년의 기다림, 신분당선 호매실역 원안대로 착공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습니다.

원래 호매실동엔 수원 광교를 거쳐 서울 강남역까지 이어지는 신분당선이 놓일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한다, 한다" 말만 무성하고 공사는 아직 착공조차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5천억원의 개발분담금까지 납부한 주민들은 시행자인 LH와 국가가 ‘사기 분양’을 했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경기도 수원시 호매실동 주민]
“신분당선 착공 분담금이 포함된 금액으로 분양을 받았어요. 호매실 택지개발지구에 들어오신 모든 입주민들은 신분당선 착공 분담금을 이미 다 내고 그 다음에 착공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사건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법률방송이 단독 입수한 '신분당선 연장사업 KDI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입니다.

'수지 등 용인 서북부지역과 수원시에서 강남권 직결로 교통난 해소 및 지역발전 도모'라고 사업 배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업지는 1단계는 백궁에서 동수원 즉 분당 정자에서 수원 광교까지는 2010년까지, 2단계인 동수원에서 수원 즉 광교에서 호매실까지는 2014년 완공이라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사업 주체는 철도청, 재원은 국가 또는 국가와 지자체가 공동 부담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2010년 완공된다던 분당 정자-수원 광교 구간은 당초 계획보다 6년이나 늦은 2016년에야 완공됐습니다.

2014년 완공된다던 광교-호매실 구간은 완공은커녕 아직 착공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파트는 계속 들어서며 입주는 속속 이뤄졌고 지금은 말 그대로 ‘교통 지옥’ 상태입니다.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부동석 / 호매실총연합회 회장]
“사당역에 가시면요. 서수원권으로 오기 위한 버스를 대기하는 줄이 몇백미터까지 이뤄집니다. 불과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출퇴근 하는 시간이 1시간반에서 2시간이...”

더 큰 문제는 언제 착공할 수 있을지 기약을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애초 국가재정사업으로 시작된 신분당선 2단계 연장이 중간에 슬그머니 민자사업으로 바뀌었는데, 민자 적격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국토부로 문의해 주셔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민자 적격성 조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진행이 왜 안 됐는가 이런 부분이라 하시면, 국토부 해당 과로 문의하시는 게 지금 맞으실 것 같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황당하게 광교-호매실 신분당선 2단계 사업이 민자사업으로 바뀐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재정에서 민자로 바뀌었다는 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는데요. 한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요. 민자로 확정됐다, 재정으로 확정됐다,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는데요.”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사이 신분당선 2단계 사업은 현재 사업주체도 선정되지 못 하고 표류 중입니다.

교통망을 정립하는 데 몇십년은커녕 10년 뒤도 바라보지 못하는 지하철 계획.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는데 예산 문제로 착공조차 하지 못 할 거였다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왜 했던 것일까요.

착공만 했다 하면 늘어지는 지하철 공사, 그나마 착공도 못하고 지지부진 늘어지기만 하고 있는 신분당선 사업.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이런 가운데 지하철 신분당선은 서울 강남역에서 용산역을 거쳐 은평구 삼송역까지 노선을 확장하겠다며 강남 한복판을 온통 파헤치고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경제성 조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예산 문제로 계획이 틀어지고, 정부기관과 지자체의 이견으로 공사는 지연되고.

결국 시민을 위한 교통인데, 장기성과 계획성 없는 지하철 공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이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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