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 대표 "나는 해고 권한 없어... 협박죄 안 돼"
1심 법원 "경비원, 해고 두려움 느껴... 협박죄 유죄"
"해악 고지해 '금전적 이득' 취할 경우 공갈죄 성립"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경비원 해고 권한이 없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마음에 안 드는 경비원에게 “당신 잘라버릴 거야” 했다면 이건 법적으로 죄가 될까요, 안 될까요.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법률’입니다.

남 변호사님, 이게 관련 사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네, 청주의 한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인데요. A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재건축을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이 A씨는 재건축 조합의 사무실을 출입하는 아파트 경비원 B가 못마땅했던 거죠.

B씨가 조합 측에다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의심을 한 나머지 1월 30일 밤에 경비실에서 만난 B씨에게 “내가 당신 자르겠다, 죄가 없어도 내가 죄 짓게 해서 자를 거다”라고 호통을 칩니다.

그래서 이게 문제가 돼서 협박죄로 기소가 돼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네, 법원 판결은 나왔나요.

[남승한 변호사] 네, 법정에서 A씨는 “나는 경비원을 해고할 권한이 없다. 그래서 이건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해서 무죄를 주장했는데 법원 판단은 좀 달랐습니다.

청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유현중 부장판사는 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판결 사유는 어떻게 되나요.

[남승한 변호사] 판결문에서 유 부장판사는 “피고인에게 해고권한은 없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근무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다. 그래서 피해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는 자신이 해고될 지도 모른다는 이런 두려움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고, 그래서 협박죄가 충분히 인정 된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아파트 입주자 대표 주장처럼 통상 보통의 경우는 자신의 권한이나 능력 밖의 일을 가지고 협박하는 경우는 협박죄가 안되는 모양이네요.

[남승한 변호사] 이게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데요.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협박을 하는 경우에 본인 자신은 해고 권한이 없긴 하지만 그런데 관련 용역 업체에 얘기를 한다든가, 이렇게 실제 해고와 관련된 권한을 실현시킬 수는 있거든요.

이러니까 이제 해고할 권한은 직접은 없다 하더라도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협박은 해악을 고지해서 두려움을 느낄 때 해당되거든요.

이 경비원의 경우에는 아파트 대표자 지위에 있으니까 '그 사람이 내 고용주에게 얘기해서 나를 해고할 수 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든다면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거거든요.

[앵커] 그렇다면 실제 실행을 할 수 없다거나 상대방이 보기에 택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싶으면 협박죄가 안 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네, 그렇죠. 상대방이 느끼기에 여부를 떠나서 이게 전혀 해악의 고지가 되는 게 아니라면 권한 밖이라서 도저히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아예 협박이 안 되는 것이고요.

그게 아니고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는데 상대방이 그래봤자 설마 당신이 나를 자를 수 있겠느냐 라고 생각하고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이건 미수가 되는 것입니다.

[앵커] 아, 협박 미수가 되는 건가요. 궁금한 게 공갈이랑 협박이랑 같은 건가요. 다른가요.

[남승한 변호사] 다르긴 다릅니다. 그런데 어느 점까지는 같습니다.

공갈은 동일하게 협박을 해서 해악을 고지해서 두려움을 느끼게 한 다음에 거기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는 겁니다. 돈을 뺏거나 물건을 뺏거나 할 때 성립하는 것이고요.

협박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과 관련 없이 그냥 해악을 고지해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흔히 예전에 ‘너 지금 나한테 공갈치는 거냐’, 이게 협박이라고 보면 됩니다.

[앵커] 아무튼 힘이 있든 없든 말로 다른 사람 팔목 비틀어서 뭔가 해보려는 행태는 안 봤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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