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국가인권외원회가 2013년 마련한 인권기본법 초안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 연합뉴스
법원이 국가인권외원회가 2013년 마련한 인권기본법 초안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기본법' 초안을 만든 지 5년이 됐음에도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법원이 인권위에 법안 초안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박형남)는 11일 박모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박씨는 인권위의 2013년도, 2014년도 업무계획에 따른 인권기본법 제정 추진과 관련해 실무 검토과정·결과 보고서, 인권기본법 초안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인권위는 지난 1월 '인권기본법 제정안 마련 계획안' '인권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참석 결과보고' 문건은 공개했다. 하지만 인권기본법 초안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과정에 있는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했다.

이에 박씨는 지난 6월 "법안을 비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참여권을 박탈하는 조치로서 허용될 수 없고, 정보공개법이 정하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인권기본법 내용은 국제인권 규범의 국내 이행에 관한 기본적 사항에 관한 것"이라며 "법안 공개로 인해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권위의 우려는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다"며 "그러한 가능성만으로 인권위의 법률안 조사·연구 등 업무가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항소심 재판부에 따르면 인권위는 2013년과 2014년 업무계획에서 인권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2013년 8월경 법안 초안을 마련했다.

인권기본법은 국가의 인권정책 전반에 관한 기본적 틀을 규정하는 법률이다. 지금까지는 인권위 설치 근거인 국가인권위원회법 외에는 인권을 전면적으로 다룬 법이 없었다.

그러나 초안을 마련한 이후 법률 제정 업무는 더 진행되지 않다가, 지난해 7월 문재인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인권기본법 제정을 명시하자 업무를 재개했다.

인권위는 올해 6~7월 관계기관 협의 및 공청회를 개최하고, 8월 전원위원회에 보고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인권기본법 제정 추진계획안'을 수립했다.

하지만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항소심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심의·의결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아직 검토 중인 초안이 공개되면 외부 압력 탓에 인권위원들이 자유로운 토론과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법안에 초안임이 명시된 경우 확정된 법안으로 혼동할 가능성은 낮다"며 "찬반 논쟁 자체를 인권위원에 대한 압력으로 볼 수 없고, 인권위원들이 찬반 의견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논의한다고 해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받는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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