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부녀자(婦女子)'만 유흥주점 접객원 규정
영화비디오법 등에는 '접대부(接待婦)' 표현 그대로
법률용어에서부터 편견 반영된 '성차별' 사라져야

[법률방송뉴스] 이른바 ‘호스트바’라고 하죠. 단란주점에서 ‘남성 접대원’을 고용해 장사를 했다면 법적으로 처벌을 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오늘(8일)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는 단순히 그 표현뿐 아니라 본질적인 내용에 있어서도 여성 차별적인 법률 용어 얘기 전해드리겠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1년 남성 접대원을 고용해 장사를 하던 서울 논현동 A 단란주점이 ‘풍기문란’을 사유로 영업정지 2개월을 맞은 적이 있습니다.

식품위생법은 흔히 ‘룸살롱’이라고 하는 유흥주점에 대해서만 유흥 종사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란주점은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단란주점 손을 들어줬습니다.

"남자가 여자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불러 접객 행위를 하는 것을 풍기문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판결이지만, 법령 구절을 따라가면 이 같은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는 “유흥 종사자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 접객원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녀자(婦女子), 즉 ‘여성’만 유흥 종사자로 규정하고 있어 남성 접객원은 법적으로는 원천적으로 성립할 수 없게 되어있는 겁니다. 

[노화진(26) / 서울 강동구]
“옛날에는 그런 차별시대 굉장히 많이 있긴 했었지만 지금은 많이 풀어지긴 했잖아요. 그런데 그럴지라도 아직도 그런 단어가 사용된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풀어지지 않은 거니까...”

[김세헌(24) / 광주광역시]
“지금 많이 시대가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는 게 불합리하고 부당하다고 여겨지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유흥 접객원 ‘부녀자’ 뿐만 아니라 우리 법전에는 이처럼 여성 차별적 용어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영화비디오법과 음악산업법에는 ‘접대부’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접대부(接待婦), 단어 자체가 ‘며느리 부(婦)’ 자를 쓰고 있습니다. 접대하는 사람은 여성이라는 편견이 반영된 단어입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
“우리가 순화한 용어로는 ‘접객인’ 또는 ‘접객원’으로 했는데요. 순화해놓은 지는 오래 됐지만 실제 쓰이지는 않죠 거의...”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등에 나오는 ‘윤락’(淪落)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윤락을 ‘여자가 타락하여 몸을 파는 처지에 빠짐’ 이라고 돼 있습니다. 타락해 몸을 파는 주체를 ‘여성’으로만 규정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며 사라지긴 했지만 ‘윤락행위 등 방지법’처럼 아예 법 이름이 ‘윤락’이었을 정도로 윤락이라는 용어는 우리 법전에 스스럼없이 쓰이고 있습니다.

[천정아 변호사 / 법무법인 소헌]
“우리사회 전반적인 문제이죠. 고정관념 있잖아요. 특정 직업은 여성만의 직업인 것처럼 혹은 반대로 남성만의 직업인 것처럼 이렇게 인식하고, 그에 따른 표현들을 그냥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그런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법은 현재와 미래에 대해 규정하고, 과거에 대해 규정하지 않는다" 유명한 법 격언입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위한 지표인 우리 법전이 이제 성차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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