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인근 집회 신고 건수 중 현대차 83.2%, 삼성 73.7%가 본사 측에서 신고한 집회로 밝혀져

대법원이 8일 위장집회에는 집회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현대차 본사./ 연합뉴스
대법원이 8일 위장집회에는 집회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현대차 본사./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기업이 회사 인근에서 다른 집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미리 선점해 개최하는 '위장 집회'가 방해됐더라도 집회방해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장 집회는 주로 대기업이 자사에 대한 항의성 집회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기에 법이 보장해야 할 집회가 아니라는 것이 판결의 요지이다.

대법원 3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고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2016년 4월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원회 회원인 고씨가 서울 서초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진행 중인 '성숙한 집회문화 만들기' 집회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대차 보안관리팀장인 황모씨가 신고했던 당시 집회에서 고씨 등 유성기업 범대위 회원 25명은 집회현장에 무단으로 침입해 유성기업 사태에 대한 현대차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후 서초경찰서는 기자회견이 집회로 바뀌었고, 신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5차례에 걸친 해산명령을 했지만 유성기업 범대위 측이 불응해 집회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에서는 현대차의 집회가 집회방해죄로 보호돼야 하는 '평화적인 집회'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집시법 3조에서는 폭행이나 협박 등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를 방해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벌하게 되어 있다.

1·2심에서는 집회 방해 혐의에 대해서 현대차 직원이 신고한 집회는 헌법과 직시법에 의해 보호돼야 할 집회라기보다는 현대차 경비업무의 일환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해산명령 불응 혐의에 대해서는 집회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현대차 측의 선행 신고로 현대차 관련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현대차 본사 정문 앞 등을 집회장소로 선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무죄로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대기업들이 본사 인근의 집회를 미리 선점해 회사에 대한 항의성 집회를 사전 차단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10월까지 현대차 본사 인근 신고된 집회 건수 중 83.2%, 삼성그룹 본사 인근 신고 집회 건수 중 73.7%가 본사 측이 신고한 집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