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제 마련까지 '법적 공백' 상태 계속
박상기 법무부장관 “사면 검토”... 혼란 가중
국민청원 1천건... “진정한 양심?" 판결 비판
"여호와의 증인 가입 문의 속출"... 낭설일까

[법률방송뉴스] 병역거부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무죄 판결 후폭풍이 거셉니다.  

관련 청원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달아오르고 있고,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거센 논란이 일었습니다.

논란의 이면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김정래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제(5일) 오후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법무부와 감사원, 대법원의 2019년도 예산안 보고를 위한 회의였지만, 논의의 중심은 단연 종교적 병역거부 대법원 무죄 판결이었습니다.

포문을 연 사람은 검사 출신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김도읍 의원은 병역법 무죄 판결을 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씨에 대해 “오씨는 무죄 판결로 군대도 안 가는데,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소급해서 대체복무를 하느냐”고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에 따져 물었습니다.  

급작스런 질문에 김창보 차장은 아무런 답변도 못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이에 김도읍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기간도 넉넉히 줘서 2019년 12월 31일까지 입법적으로 대체복무제를 해결하라고 했다”, "그러면 그때까지 기다리든지, 대법원에서 이렇게 내질러버리면 어떡하냐”고 김창보 차장을 거듭 압박했습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대체복무제도 아직 완비되지 않았는데, 무죄 의견을 낸 대법관들한테 오씨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어보라”고 대법원 판결을 꼬집었습니다.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덮어놓고 종교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부터 선고하면 어쩌냐는 질타입니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도 “속칭 군대 가는 놈이 바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여러 국가적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판결을 내렸어야 되지 않았겠냐”고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대체복무제 없는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도,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 처벌 자체는 ‘합헌’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현 / 대한변협 회장]
“대체복무제 같은 대안이 마련된 다음에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하고 좀 앞서간 느낌이 있어서 그 점은 좀 아쉽습니다.”

이런 가운데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면을 놓고 오락가락 발언을 해 혼란을 더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내부적으로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법부무가 ”구체적 방침은 미정”이라며 장관 발언을 뒤집고 진화에 나선 겁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공소취소나 특별사면 방침 등은 정해진 바가 없다. 다양한 방안을 가능성 차원에서 법리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법무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법무부 관계자]
"논의된 바가 없는 게 아니고요. 확정된 바가 결정된 바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장관님께서도 어제도 김도읍 의원이 자꾸 그렇게 계속 얘기를 해서 검토 중이라는 얘기를 하신 거지, 공소취소 하겠다 이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거든요."

이런 혼란을 반영하듯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병역거부 관련한 청원이 1천 건 가까이 올라 있습니다.

대부분 “진정한 양심이 무엇이냐, 어떻게 측정하냐”고 대법원 판결을 성토하는 내용들입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여호와의 증인 가입 문의가 속출하고 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말들까지 떠돌고 있지만, 판결 당사자인 여호와의 증인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가입하려 한다고 가입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여호와의 증인 관계자]
“사실은 뭐, 가입 그런 전화는 사실 뭐 거의 없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계속 그런 활동하기를 원한다면 충분한 기간이, 필요한 절차들이 있습니다.”

병역거부로 이미 처벌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사면·복권 문제와 재판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여부 등, 병역거부 대법원 무죄 판결로 촉발된 실타래처럼 꼬인 종교적 병역거부 문제.

판은 대법원이 벌였지만 뒷수습은 국회 몫이 됐습니다.

[강신업 변호사 / 법무법인 하나]
“대체복무가 법으로 규정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공백이 발생하는데, 아무래도 빨리 대체복무에 대한 입법을 해서 그에 따라서 군 복무를...”  

국회가 대체복무제 입법화를 완비할 때까지 이 같은 논란과 혼란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인권’과 ‘양심’이라는 판결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종교적 병역거부에 대한 섣부른 전원합의체 무죄 판결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법률방송 김정래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