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지 몰랐다"가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와 '손괴죄'의 경우
"범죄인지 몰랐다"가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와 '손괴죄'의 경우
  • 곽란주 변호사
  • 승인 2018.11.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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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쥬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법률정보 SHOW' 곽란주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손괴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손괴죄는 한마디로, 남의 물건을 함부로 부수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먼저 형법의 규정을 살펴보겠습니다.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에서 손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는 대상은 ‘타인의 재물, 문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입니다. 즉, 타인의 물건이면 그것이 동산이든 부동산이든 문서나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이든 모든 것이 대상이 됩니다. 

한편, 이런 물건들을 손괴하거나 은닉하거나 그 용도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손괴죄로 처벌받게 되는데요.

예컨대, 타인의 정원을 마구 파헤치고 나무를 뽑아내는 등 엉망으로 만들어놨다면 손괴죄에 해당합니다. 또,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가 공사하는 것을 방해하려고 그 회사에서 작성한 설계도를 찢어버리거나 찾지 못하게 숨겼다면 이 역시 손괴죄에 해당할 것입니다. 

형법은, 타인의 물건을 부수거나 감추는 것 외에 ‘기타 효용을 해하는 행위’도 손괴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무엇이 ‘효용을 해하는 행위’인지 이해할 수 있는 판례가 있습니다. 

자동문 설치업자가 180만원에 공사를 하기로 계약하고 자동문을 설치했는데, 100만원만 받고 잔금 80만원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계속 독촉을 해도 주인이 주지를 않자 화가 나서 자동기능을 정지시키고 수동으로만 개폐가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자동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손괴죄에 해당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한편, 손괴죄는 고의범이기 때문에 타인의 재물을 부수거나 못쓰게 만들겠다는 인식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과실로 타인의 물건을 훼손했다면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형법상 손괴죄로 처벌받지는 않게 됩니다.

예컨대, 서로 경계가 접한 토지에서 공사를 하던 중에 부주의로 경계를 침범해서 옆집 소유의 나무를 베어 버렸다면,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괴죄는 성립하지 않게 됩니다. 

다만, 정말 부주의로 경계를 침범한 것인지, 고의로 경계를 넘어와서 옆집의 나무를 베어버린 것인지는 경계가 표시되어 있던 위치나 공사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이 사례처럼, 이웃한 토지 사이에서 경계를 놓고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은데요. 이와 관련해서 형법에는 ‘경계표를 손괴, 이동 또는 제거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토지의 경계를 인식불능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죄는 ‘토지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행위’를 처벌하는 게 핵심입니다. 

한편 토지 사이의 경계를 표시한 그 경계표는 표지판이나 도로, 또는 하천이나 수목을 모두 포함을 합니다.

따라서 고의적으로 이런 경계표를 훼손하거나 이동시키거나 또는 경계를 침범해서 옆집 땅에 건물을 짓는 방법으로 결과적으로 경계를 인식불능하게 만들면 경계침범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그런데 ‘경계 침범죄’라... 여러분, 형법에 이런 죄가 있는 줄 모르셨지요. 이렇게 만약 내 행동이 위법인 줄 몰라서 실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을까요.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즉, 몰라서 한 일이라는 변명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말인데요.

이와 관련해서 형법 제16조를 보면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즉 “처벌받는 행위인줄 모르고 그렇게 행동한 것이다”라고 변명할 경우에, 제3자가 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가 형법에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할까요. 

판례는 형법 제16조에서 말하는 ‘법률의 부지’는 단순히 법을 몰랐다고 하면 바로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예외적으로 내가 처한 특수한 상황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 그렇게 오해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때에 비로소 처벌을 면한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법원은 아주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는 우리 형법도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기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형법은 살인죄, 절도죄, 폭행죄 등 누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잘못된 행동인 줄 알 수 있는 것들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을 몰랐다’는 변명을 하기 어려운데요,

이와 반대로 건축법, 산림법과 같은 행정법규 위반과 관련해서는 특정행위가 처벌대상인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만, 실무에서는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 손괴죄에 대한 키포인트는 손괴죄는 타인의 물건, 문서,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 등을 부수거나, 은닉하거나, 그 용도대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들 때 성립한다는 겁니다.

다만, 손괴죄는 고의범이기 때문에 과실로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뿐이지, 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법률정보 SHOW' 곽란주 변호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곽란주 변호사 webmaster@l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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