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9대 4로 “종교적 병역거부 정당” 판결
2004년 “유죄” 판결했던 대법원 판례 14년 만에 뒤바뀌어
대법관 4명 소수의견 “진정한 양심, 증명할 수 있는 것 아냐"
찬반 논란 가열... "대체복무제 도입" vs "국방 경시 풍조 우려"

[법률방송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오늘(1일) ‘집총 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대체복무제 없는 병역법,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어느 정도 예상된 판결 결과이긴 하지만, 막상 대법원 무죄 선고가 나자 논란이 뜨겁습니다.

먼저 대법원 전원합의체 무죄 선고 현장과 관련 단체들의 반응을 김정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오늘 현역병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재판 핵심 쟁점은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이 병역법 제88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9대 4 의견으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종교적 신념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 대법관 다수 의견입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그러한 이유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다수 의견입니다”

이에 따라 “종교적 신념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14년 3개월 만에 변경됐습니다.  

[김재형 대법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같은 최소한의 소극적 부작위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면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다만 이기택, 조희대, 박상옥, 김소영 대법관 등 4명은 “양심을 어떻게 증명하느냐”며 “처벌 필요가 있다”는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이기택 대법관]
“양심이 진정한 것인지는 형사재판 절차에서 증명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오늘 대법원 무죄 판결에 대해 국가인권위와 일부 시민단체 등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대체복무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김수정 변호사 / 법무법인 지향]
“가장 중요한 것은 대체복무제 도입일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대체복무제 도입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제기준에 맞는, 인권기준에 맞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로 병역거부에 대한 반대 여론도 더 거세지는 모양새입니다.

바른군인권연구소는 성명을 내고 "현재에도 최선을 다하여 군복무하는 현역장병과 앞으로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이들이 받을 상대적 박탈감이 클 것"이라며 "국방 경시 풍조가 만연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통일 이후 또는 징병제 대신 지원제를 실시한 이후에 (판결을) 하더라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반 시민들의 비판도 큽니다. 인터넷상에서는 격앙된 비난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6·25 때 나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선조들은 모두 비양심적인 인간이냐",

“양심적으로 세금 못 내겠어요 하면 되는 건가요”,

“양심을 검사, 판사가 판단하나. 대법관들 군 복무는 했나” 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판단 근거로 제시한 ‘진정한 양심’에 대한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재판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달 31일 기준 대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사건은 227건. 이중 가장 오래된 사건은 지난 2014년 8월1일에 접수돼 4년3개월간 계류돼 있습니다.

법률방송 김정래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