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쟤는 개전의 정이 없으니까 잘라, 이런 말 많이 썼어요"... ‘개전의 정'을 아십니까
"아, 쟤는 개전의 정이 없으니까 잘라, 이런 말 많이 썼어요"... ‘개전의 정'을 아십니까
  • 김정래 기자
  • 승인 2018.10.31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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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의 뜻
형사사건 판결에 종종 쓰이고, 형법 조문에 남아있어
'개전의 정’만 바꾸자는 ‘원포인트' 형법 개정안도 발의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 연중기획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는 지난 3월 ‘정(情)을 아는 자’라는 표현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사정을 아는 사람’ 또는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인데요.

이 표현에 쓰인 ‘뜻 정(情)’ 자가 들어간, 또 다른 법률용어가 있습니다. 

형법에 나오는 ‘개전(改悛)의 정(情)’이란 말입니다.

들어보신 분들도 있을 텐데요. 무슨 뜻일까요.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31일)은 ‘개전의 정’입니다. 

김정래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6월 17일 전북 군산시의 한 주점에서 55세 이모씨가 불을 질러 손님 5명이 숨지고 28명이 부상한 ‘군산 주점 방화사건’.

검찰은 지난 25일 이씨에 대해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 후 불을 질러 33명의 사상자를 냈다”며 “개전의 정이 없고, 보복살인, 약자 대상 범행, 위험물 사용 등으로 극단적 살인에 해당한다”며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을 도와 증거인멸을 한 혐의로 역시 구속기소된 전 강남구청 과장 김모씨.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김씨는 범행의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징계처분이 두려워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두 사건의 판결 사유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말 ‘개전의 정’. 

우리 형법 제72조 1항에도 ‘개전의 정’이 나옵니다.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무기에 있어서는 2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 제출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교도소 출소자 중 가석방 출소자 비율이 2014년 23.9%(5천394명)에서 2017년 26.2%(8천275명)으로 높아졌는데요. 전체 출소자 4명 중 1명이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셈입니다. 

형법은 재소자가 가석방을 받기 위해서도 ‘개전의 정’이 현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겁니다. 

‘개전의 정’, 무슨 뜻일까요. 시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이규섭 /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개전의 정'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아, 못 들어봤어요.“

[김미래 / 경기도 수원시]
('개전의 정' 들어보셨나요)
"아니요.“
(처음 들어보시는 건가요)
“네.”

'개전(改悛)의 정(情)'은 '고칠 개(改)' 자에 '고칠 전(悛)' 자, 그리고 ‘뜻 정(情)' 자를 씁니다. 

‘개전(改悛)’은 국어사전에 ‘행실이나 태도의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바르게 고쳐먹음’이라는 뜻으로 나옵니다.

즉 ‘개전의 정’은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라는 뜻입니다.

형법과 형사정책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나 수형자가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가짐을 이르는 말로,

형의 선고시에는 양형 등 법관의 판단 사유의 요건이 됩니다.  

'개전의 정', 예전에는 일상에서도 드물지 않게 썼던 말이기도 합니다. 

[윤금섭/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개전의 정'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그럼요. 우리 때는 이걸 많이 썼어요 직장에서, 직장생활을 오래 했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이제 좀 건방진 애들한테 ‘아, 쟤는 개전의 정이 없어 그러니까 잘라’ 이렇게...”

‘고칠 전(悛)’ 자가 흔히 쓰지 않는 어려운 한자이기 때문에, 이 한자가 이름 등에 많이 쓰는 ‘준걸 준(俊)’ 자와 비슷해 보인다는 점에서, ‘개전의 정’을 일부러 ‘개준의 정’이라고 읽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일상에서 ‘개전의 정’을 쓰는 용법은, 법률용어의 어려움을 은근히 비꼬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이제는 국민과 법률의 거리를 더욱 멀게 만드는 어려운 법률용어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5월 ‘개전의 정’을 ‘반성하는 태도’로 변경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하는, ‘원 포인트’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
“용어도 어렵고, 이제 한자식 표현이니까 그걸 좀 우리말로 순화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법무부는 지난 2015년 60년 넘게 이어져온 형법의 일본식 표현과 어려운 한문을 한글화해 국민들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형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현재까지 바뀐 건 없습니다. 

‘개전의 정’처럼, 아직도 우리 법률 곳곳에 남아있는 어렵고 황당하기만 한 말들.

그 법률용어들을 이제 좀 ‘개전의 정’을 가지고, ‘뉘우치고 반성하는 태도’를 가지고, 알기 쉽게 고치고 바꿔나가자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요.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김정래입니다. 

 

김정래 기자 junglae-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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