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 “검찰이 실효된 압수수색영장으로 불법 압수수색”
"국민 법익 침해 위험성, 상상 초월"... 검찰 "영장 집행, 전혀 문제 없어" 반박
최인석 울산지법원장 "검찰을 무소불위로 만들어준 건 다름아닌 우리 법원"

[법률방송뉴스]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현직 고위 법관들의 목소리가 어제 오늘 잇달아 터져나왔습니다.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오늘 ‘검찰이 실효된 압수수색영장으로 법원 가족 전체의 이메일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수색과 압수를 했다’는 글을 법원 내부전산망에 올렸습니다.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은 앞서 어제 ‘법원은 검사에게 영장을 발부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검찰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정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오늘 법원 내부전산망에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관하여'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서울고법 형사7부 재판장으로, ‘댓글조작’ 사건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파기환송심을 담당했습니다. 양승태 사법부는 당시 ‘형사7부 동향파악 문건’ 등 6건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이 양승태 사법부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지난 11일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나와 전 재판연구원의 이메일 자료를 추출했다”며 “동향파악 문건 관련 이메일은 1건도 발견되지 않았는데, 나와 재판부 구성원들이 사건 검토과정에서 주고받은 125건의 이메일과 첨부파일을 압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피의사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서 압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명백히 이의를 제기했지만 검사가 이를 그대로 압수했다”며 “이는 별건 압수”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또 “검찰은 어제(29일) 거듭 11일자 영장으로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법원 전 직원의 이메일 자료를 추출, 내가 주고받은 이메일 14을 압수했다”며 “이 역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피의사실과는 아무 연관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은 11일자 영장이 이미 실효된 것이 명백한데도 불법적인 수색을 했고, 참관인의 명시적 이의 제기에도 위법한 수사를 했다”며 “이런 일이 방치된다면 일반 국민에 대한 법익 침해 위험성 등은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 “영장 집행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실효된 영장 집행이라는 김 부장판사의 주장에 대해 "기술적 문제로 두 번에 걸쳐 영장을 집행한 것일 뿐"이라며 “참관인이었던 김 부장판사가 이런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의혹을 제기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법원 가족 전체의 이메일이 불법적으로 수색 대상이 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발부된 영장에 따라 김 부장판사가 발신·수신인으로 된 이메일로 데이터 추출 범위가 한정됐고 그와 무관한 이메일은 제외됐다"고 말했습니다.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은 앞서 어제 법원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법원은 검사에게 영장을 발부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장삼이사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검찰이 청구한 사법농단 의혹 수사 영장을 잇달아 기각한 법원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쏟아진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이는 글입니다.

최 법원장은 우선 "압수수색영장 청구는 20년 동안 10배 이상 늘었다. 정보통신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압수수색영장 청구는 가히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 법원장은 이어 "검찰을 무소불위의 빅 브라더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아닌 우리 법원"이라며 "검사의 업무에 협조하는 데만 몰두했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 법원장은 글에서 "압수수색영장 발부에 인색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여!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당신의 주거와 PC, 스마트폰, 그리고 계좌도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십시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고위 법관들의 잇단 검찰 비판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구속과 특별재판부 논란 등으로 코너에 몰린 법원이, 이제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나서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법률방송 정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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