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소송 21년'... 일본 이어 한국에서 재판,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갈 길
'일제 강제징용 소송 21년'... 일본 이어 한국에서 재판,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갈 길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8.10.30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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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후지코시 등 다른 일본 기업 관련 소송도 10여 건 진행 중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대상 소송의 하나... 의혹 규명될까

[법률방송뉴스=신새아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 전해드렸는데요, 일제 강제징용 소송이 제기된 지 무려 13년 8개월, 대법원에 이 사건이 재상고된 뒤로도 5년 2개월 만에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일제 강제징용 소송의 경과와 앞으로의 전망 알아봅니다.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입니다.

국민들도 그렇고, 한국과 일본 정부는 물론 각국이 관심 갖는 이 사건,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장한지 기자] 네,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운택씨, 신천수씨, 김규수씨, 이춘식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은 일본현지에 있는 제철소가 ‘충분한 식사와 임금, 기술습득, 귀국 후 안정적 일자리’를 보장한다고 하자 일본 오사카 등지로 갔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1943년까지 자유를 박탈당한 채 고된 노역에 시달리고 임금마저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되면서 고향에 돌아온 이들은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금과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는데요,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 2003년 이들에 대해 최종 패소 확정판결을 했습니다.

그러자 이들은 같은 취지로 지난 2005년 2월에 1명당 1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국내 법원에 다시 제기합니다. 이후 1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오늘 대법원에 직접 나온 아흔네살 이춘식 할아버지를 제외한 세 분은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앵커] 13년의 세월 동안 진행된 사건, 경과부터 알아보죠.

[기자] 네, 2008년 4월 1심, 2009년 7월 2심도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배상 시효가 지났고, 같은 사건을 기각한 일본 법원 판결 효력이 국내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5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맺어졌더라도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고, 소멸시효도 완성되지 않았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듬해 7월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명당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국가가 맺은 청구권 협정과 관계없이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한 달 뒤 신일철주금, 신일본제철이 이름을 바꾼 기업인데요, 이 일본 기업이 판결에 불복하고 사건을 대법원에 접수했는데, 그동안 5년 넘게 판단이 이뤄지지 않다가 오늘 결론이 내려진 겁니다.

[앵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재판이 지연된 배경에,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이 연루돼 있죠.

[기자] 네, 지난 7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서 강제징용 사건 ‘재판거래 의혹’ 문건이 발견됐습니다.

법원 자체조사 결과, 양승태 사법부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는 “법관 해외파견을 늘리기 위해, 외교적 마찰의 소지가 있는 강제징용 재판 결론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는데요.

문건을 보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외교부 입장을 반영해서,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심리불속행 기간을 자연스럽게 넘기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그러면 13년 만에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진 이 강제징용 사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기자] 크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이 소송이 비단 옛 일본제철뿐만 아니라 미쓰비시, 후지코시, 이런 당시 일제 강제징용 기업들과 관련된 것이거든요. 그래서 오늘 확정 판결이 관련된 모든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하나는 가장 궁금하기도 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의 연결성’ 문제인데요. 이 소송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이다 보니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자들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있듯이 법원의 재판 지연 문제로 간접적으로 연결될 소지는 있습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남승한 변호사 / 법률사무소 바로]
“판결은 빨리 해줘야 되고 신속하게 권리구제를 해줘야 되는데, 지연해서 권리구제를 해주면 지연된 것 자체만으로도 당사자들에게는 손해가 생긴 거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라서 그런 점에서는...”

[앵커] 일본 측이 강경대응을 하겠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오늘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일관계 타격에 불씨가 됐다”이런 말까지 나왔는데요.

[기자] 사실 배상을 해야 하는 것은 신일철주금이지만,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배상이 마무리됐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요.

그래서 일본 정부는 그 협정 위반 등으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강경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동의가 없는 한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권이 발동되기는 어려운 점은 있습니다.

오늘 대법 판결에 대해 신일본제철과 일본 정부 모두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관련해서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이번 판결이 한일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성을 일본 측에 전달해 오고 있다”며 “정부는 곧 총리 주재 관계장관 회의를 거쳐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정부 입장을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외교적으로는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데요. 강제징용을 당했던 할아버지들의 한은 조금이나마 풀어드리는 판결이 아니었나 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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