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라고 만들어는 놨는데... 10명 중 8, 9명은 안 지키고, '국민 공감대' 이유로 단속도 안 하는 '선팅 법'
법이라고 만들어는 놨는데... 10명 중 8, 9명은 안 지키고, '국민 공감대' 이유로 단속도 안 하는 '선팅 법'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8.10.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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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량 선팅' 인사동 외국인들한테 물었더니... "황당하고 놀랍다"
"운전자 시야 확보 안돼 위험... 경찰 단속도 안돼" 두 가지 이유 지적
경찰 "선팅 단속하려면 '국민적 공감대' 형성돼야"... 답변이 더 황당

[법률방송뉴스]

법이라고 만들어 놨는데, 국민 10명 중에 9명, 8명이 지키지 않는 법이라면 그게 법일까요, 뭘까요.

실제 그런 법이 있다면 10명 중에 9명, 8명이 그 법을 어기든 말든 놔둬도 될까요, 아니면 법을 고치든지 아예 없애버리든지 해야 할까요.

‘악법도 법’이라면서, 그걸 지키는 사람만 지키든지 말든지 내버려두면 되는 일일까요. 

우리 실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 바로 그런 법이 있습니다. 법은 있는데 사실상 아무도 지키지 않는 법.

그리고 법에 어긋나는 행위에도 단속주체는 아무런 단속이나 제재를 하지 않습니다.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단속이 이뤄진다"는 이유인데요.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법’이라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런 걸 법이라고 할 수 있는지, 참 의문이 가는데요.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8조 ‘자동차 창유리 가시광선 투과율의 기준’, 흔히 하는 말로 ‘선팅’을 규정한 법입니다.

리포트 보시고 생각해 보시죠.

'LAW투데이 현장기획’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보고 느끼기 위해 서울 인사동을 찾았습니다.

이들에게 짙은 선팅을 한 우리나라 차량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한결같이 황당하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대다수가 자국에서는 짙은 선팅을 한 차량을 보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쿠비다이, 빅투 / 터키]
“마침 어제 이 문제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왜 한국 차들은 새까만 것인가.”

[다칸 / 터키]
(터키에 선팅된 차량들 있나요) “아니요, 없어요.”

[존 / 노르웨이]
“아니요. 이런 차는 본 적 없어요.”

[에디오스 / 프랑스] 
“프랑스에는 이런 차량 없어요.” (프랑스에서 일상적이지 않나요)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스캇, 퀸 / 미국]
“아니요. 정말 극소수가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선팅을 할 수 없어요. 미국에서는 어두운 선팅을 원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이런 차량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들은 자국에서 차량이 짙은 선팅을 안 하는 이유로 문화적인 인식 차이도 있지만, 크게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먼저 운전자의 시야 확보 어려움 등 ‘위험성’입니다.

[비티, 캣챠, 맨나 / 프랑스] 
“창문이 프랑스는 더 깨끗해요. 짙은 선팅이 된 차량은 주변 둘러보기에 위험할 것 같습니다.”
“이런 차는 프랑스에서 본 적 없습니다. 짙은 선팅이 된 차량은 위험할 것 같아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찻길을 건널 때 보기 힘들 것 같아요.”

[올리비아 / 스웨덴] 
“30~40%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짙은 선팅이 된 차량은 바깥이 어두워서 사람들을 보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습니다. 걷는 사람들에게 위험할 것 같아요.”

두 번째는 경찰 단속의 어려움입니다. 

[윌리엄 홀든 / 미국] 
“경비, 경찰이 선팅된 차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차량 안을 봐야 하니까요. 당신을 봐야 하고, 잡고 나면 문을 열고 뒷좌석도 확인하죠.”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현실. 그런데 법은 다릅니다. 

차량 선팅을 규정한 우리나라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8조, ‘자동차 창유리 가시광선 투과율의 기준’입니다. 

가시광선 투과율이 0%에 가까울수록 진한 선팅인데,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차량의 창유리 가시광선 투과율을 전면유리는 70%, 측면유리는 40%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10m 앞에서 차량을 바라봤을 때 운전자 식별이 가능해야 한다’고 함께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방송 취재 결과, 우리나라 대부분의 차량은 일반적으로 전면 30%에서 50%, 측면은 15%로 선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선팅 시공업체들은 전면유리와 측면유리 상관없이, 심지어 가시광선 투과율 5%까지도 선팅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앞서 전해드렸듯이 경찰은 짙은 선팅을 규제하는 이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돼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합니다.

[경찰청 관계자]
“선팅 자체는 지금 경찰청에서는 단속을 안 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고, 거기에 대해서 단속이 이뤄지는 것인데, 거의 10대 중에 8~9대 정도가 지금 선팅 규정 자체를 지키지를 않고 있어요. 여기에 대해서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가...”

도로 전문가들은 단속이 어려운 이유로 불법 현장을 잡기 어려운 점, 단속 인프라 미비 등 현실적인 문제를 꼽았습니다.

[오주석 박사 / 도로교통공단]
“기준이 가시광선 투과율로 두다 보니까 도로상에서 운행 중인 차들에 대해서 가시광선 투과율을 조사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고...”

과연 그게 현실적인 문제일까요. 가시광선투과율 측정기는 음주측정기나 속도측정기처럼 이미 개발돼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계 탓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 10명 중에 아홉 여덟명이 안 지키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안 되는 ‘공감대’ 때문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캐서린 / 미국]
“선팅은 햇빛을 차단해줍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팅을 운전자석에 하지 않습니다.”

[윌리엄 홀든 / 미국]
“미국에서는 뒷좌석 측면유리와 전면유리 선팅이 가능합니다.”

‘불법 선팅은 괜찮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우리나라.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전혀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불법 선팅, 아무도 안 지키고 단속도 못하겠다면 이제 법을 없애든지 바꾸든지.

그게 아니라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현실적인 단속과 계도를 통해 우리의 변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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