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잠 재우지 않고 밤 새워 묻는 건 '네가 네 죄를 알렸다' 식 고문"
국내 수사기관은 '관행', 피조사자 동의 안 받는 경우도... "인권침해 소지"
영국 '연속 최소 8시간 휴식 제공'... 미국 '4시간 신문하면 1시간 휴식'

[법률방송뉴스=신새아 앵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밤샘조사'를 놓고 법조계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법원과 검찰, 청와대까지 얽힌 검찰의 밤샘조사 문제, 해외 사례는 어떤지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장 기자, 화면에 '22, 21, 20...' 이렇게 써 있는데 이게 어떤 숫자인가요.

[장한지 기자] 바로 검찰의 피의자 신문 시간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22시간, 이명박 전 대통령 21시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20시간, 검찰에서 각각 신문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경우 잠을 안 재우는 수사가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사법농단 사태와 맞물러 법원 관계자들이 밤샘조사를 받자 이례적으로 고법 판사들이 줄줄이 비판하고 나서기 시작한 겁니다.

앞서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밤샘 수사, 논스톱 재판에 대한 단상’ 이라는 제목으로 “잠을 재우지 않고 밤 새워 묻는 것은 ‘네가 네 죄를 알렸다’고 고문하는 것과 진배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면서 “당장 내일이라도 눈 밝고 소신 있는 법관 한 명이 피의자 신문조서가 밤샘수사 결과물이라 증명력 없다고 무죄 선고하면 그 다음날부터 한국 수사 관행이 바뀐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검찰의 밤샘조사 실태는 어떤지 통계 자료가 있나요.

[기자] 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요. 

올 상반기에만 682명이 검찰의 밤샘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전체 집계인 1천86명의 절반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입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총 7천656명이 검찰 밤샘조사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 당사자나 변호인의 동의를 얻어 밤샘조사를 한 사람이 7천134명이었습니다.

체포기한 내에 구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동의 없이 밤샘조사를 한 사람은 382명이었고, 25명은 공소시효가 임박해 불가피하게 심야 조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표현이 맞는 수치라고도 보여지는데요. 인권침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현행 조사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금태섭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금태섭 / 더불어민주당 의원]
“밤샘수사는 인권침해 위험도 있고, 또 피의자의 방어력이 현저히 약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사건의 진상 파악에도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무일 총장도 폐지하겠다고 얘기를 했고, 밤샘수사는 폐지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밤샘조사가 이렇게 계속되고 있는 건 우리나라에 그만큼 보호장치가 없다는 이야기일 텐데, 조사방식 가이드라인 같은 것은 없나요.

[기자]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 수사 준칙’ 제40조는 심야 조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조사받는 사람이나 그 변호인의 동의가 있거나 공소시효 완료가 임박해 신속한 조사 필요성이 있는 경우 심야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조국 민정수석은 자신의 논문에서 “심야 조사는 피의자의 수면권을 제한하고, 피의자의 심신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수사기법”이라며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앵커] 아까 통계를 보니 동의 없는 밤샘조사도 꽤 되던데, 훈령은 법으로 작용하지는 않는 거니까 법적인 제재는 없는 거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다만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1997년 6월 27일 특경가법상 수재 등 혐의의 피고인에게 대법원은 “피고인의 검찰 자백은 피고인이 검찰에 연행된 때로부터 약 30시간 동안 잠을 안 재우고 검사 2명이 교대로 신문하면서 받아낸 것”으로 본다면서 피의자 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검찰 쪽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한데요. 고법 부장판사 글이 나왔을 땐 본인이 동의해서 한 것이라면서 불쾌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는데 말이죠.

[기자] 대검찰청 차장검사인 봉욱 검사는 직전 근무지인 서울동부지검장에 재임하면서 ‘철야신문 금지 원칙’을 포함한 검찰 대혁신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형사판례연구에 임의수사의 한 방법으로 행하는 ‘철야신문’은 허용되지만, 피조사자가 피곤한 틈을 타 자백을 유도하는 ‘잠 안 재우기 수사’는 금지된다고 적었습니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전직 총장들이 수사를 하던 때에는 철야수사가 당연시됐다”면서 “피의자를 소환조사하고 당일 밤늦게 돌려보내면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밤샘수사 끝에 자백을 받아내면 ‘철야수사 끝에 전격 구속’이라는 헤드라인이 달렸다”고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관행이었던 건데요. 하지만 피의자 인권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진 지금 이런 수사 관행은 하루빨리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수사 기법도 첨단화되고 있는데 검찰 수사도 이제 좀 선진화돼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해외 사례는 어떻습니까.

[기자] 영국의 경우 법에 의해 구금된 피의자에게는 연속된 시간으로 최소 8시간의 휴식이 제공되어야 하며 휴식시간은 원칙적으로 야간이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4시간을 신문하면 1시간은 휴식과 식사시간으로 대체하고 신문 시간은 하루 8시간을 넘길 수가 없습니다. 김익태 변호사의 말 들어보시죠.

[김익태 변호사 / 법무법인 도담]
“미국 자체가 원래 성문법이기보다는 판례법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다른데, (신문 시간은) 하루에 총 8시간을 넘길 수가 없다는 게 미국변호사협회의 공식적인 입장이고요. 미성년자나 심신미약자의 경우는 하루에 6시간을 넘길 수 없다...”

[앵커] 최근 국정감사에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심야수사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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