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검찰의 임종헌 '밤샘수사' 비판한 강민구 부장판사에 "사회적 책임 져야"
윤모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통령 비서실이 왜 나서나"... '삼권분립 위배' 거론
법조계 "고법 부장들, 사법농단 수사에 위기감... 조직 위해 총대 메고 나선 듯"

[법률방송뉴스=신새아 앵커] 사법농단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검찰 밤샘수사를 놓고 시작된 고법 부장판사의 비판 글이 검찰은 물론 청와대의 담을 넘어 설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권분립 얘기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어떤 논란인지 오늘(22일)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와 얘기해보겠습니다. 장 기자, 사건 발단부터 소개해주시죠.

[장한지 기자] 네, 발단은 지난 16일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전산망 코트넷에 ‘밤샘수사, 논스톱 재판에 대한 단상’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습니다.

임종헌 차장이 첫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날이었는데요. ‘검찰이 너무 고강도 수사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불만으로 해석이 됐는데, 검찰은 이에 대해 “임종헌 전 차장 본인이 동의한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9일 SNS에 ‘삼성 장충기에 아부 문자를 보냈던 현직 고위판사가 사법농단 수사 검찰을 공개 저격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직접적으로 강 부장판사를 비판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과거 강 부장판사가 장충기 삼성전자 사장에게 아부성 문자와 인사청탁을 했다는 내용인데요.

조국 수석은 19일에 이어 20일에도 법관의 재판 독립 외에 ‘스스로 행한 일과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조직옹위형 비판 등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복해 적었습니다.

[앵커] 어제도 고법 부장판사의 글이 올라왔다고요. 이번엔 그 대상이 조국 수석이죠.

[기자] 이번엔 윤모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동료 법관들에게 내부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청와대 측의 사법부에 대한 의견 표시를 문제 삼는 글인데요. 제목은 ‘법을 위한 변명, 그리고 법관과 대통령’입니다.

내용은 한마디로 ‘헌법적으로 대통령은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어도, 비서실은 그럴 수 없다’는 겁니다. 

근거로 헌법 제81조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거나 서한으로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를 들었습니다.

윤 부장판사는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통령 등에 관해 규정을 하면서 대통령 비서실에 관해서는 어떤 규정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결정이나 판단에 대한 위임이라는 설명 없이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접 대외적으로 의견을 알릴 수 있는 헌법적인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대통령의 위임 없이 한 표시라면 이는 헌법 규정에 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관, 사법부 독립에 영향을 주는 표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해서 강신업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강신업 변호사 / 법무법인 하나]
“공적 의견이냐 사적 의견이냐, 그러니까 공적 기관에 존재하는 공인 신분, 공무원 신분을 가진 사람이 완전히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공적 주제에 관한 내용이라면 그것을 페이스북에 표시했다 하더라도 공적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앵커] 헌법까지 들고 나왔는데, 삼권분립을 주장하기엔 시기가 좀 미묘한 감이 있네요. 더구나 사법농단의 당사자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는 시점이잖아요.

[기자] 조국 수석의 SNS 글이 헌법에 기초한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인데요, 사법농단 자체가 헌법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사안인데다 검찰의 수사 방법을 놓고 부장판사가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자 어불성설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협조까지는 아니어도 자성의 목소리 정도는 나와야할 시점인데, 검찰에 이어 청와대에까지 고법 부장판사들이 줄을 서있던 듯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분위기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고법 부장판사들이 계속해서 발끈하는 이유, 뭐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지금까지 사법농단과 관련해 고법 부장판사들이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요. 사법부 조직 보호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법조계에서는 고법 부장판사들의 잇따른 발언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느냐 마느냐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고법 부장판사들이 나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적어도 고등법원 부장판사 수준의 급 판사가 얘기를 해야 되겠다 생각한 것 아닌가 싶다”며 “지법 부장판사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기는 조금 무게감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법관 경력 20년 이상의 중진 법관들이 임명되고요, 또 차관급의 예우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일종의 간부급들이 목소리를 내야 할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건데, 또 다른 해석은 어떤 게 있나요.

[기자] 법조 생활을 충분히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조직을 지키기 위해 총대를 멨다고 하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또 다른 이유로 “지법 부장판사들은 앞으로도 법원 생활을 오래 할 것이고, 고법 부장판사는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을 가는 쪽이 아니라면 할 말은 해야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고법 부장에서 승진 할 수 있는 자리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인데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승진을 포기한 고법 부장들은 법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재판하고 발언하기도 하는 겁니다. 관련해서 최진녕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최진녕 변호사 / 법무법인 이경]
“고법 부장은 법원에서 대법관 갈 생각이 없다고 하면 갈 만큼 다 가신 분들, 모든 이해관계에서 어느 정도 초연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다 보니까 법원 내부에 있는 것을 조금 더 대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영향력도...”

[앵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을 앞두고 보이는 고법 부장판사들의 잇따른 문제제기, 사법농단 수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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