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에 남아있어... 산부인과 의사도 “안 쓰는 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 안 된 용어"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지난 8일에는 ‘은혜일’ ‘변태설립사항’ ‘액셀러레이터’ 등 법제처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공모전’에서 국민들이 직접 찾아낸 황당한 법률용어들에 대해 보도해 드린 바 있었습니다.

오늘(19일)도 공모전에서 입상한 용어 하나 더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예전에는 많이 쓰였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전혀 쓰지 않는 단어 ‘해산부(解産婦)’입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후줄근한 옷, 늘어진 배를 고스란히 드러낸 영화(영화 '툴리') 속 주인공은 임산부입니다.

그녀의 모습에선 전 세계 모든 어머니의 고단한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입니다. 

지난 10일은 ‘임산부의 날’이었습니다.

갈수록 커지는 경제적 부담에 ‘저출산 사회’가 되어가면서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날입니다.

이렇게 법정기념일에서도 공식적으로 쓰이는 ‘임산부’가 아직도 우리 법전 속엔 ‘해산부(解産婦)’라는 낡은 용어로 남아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 현행 법률에서는 아직도 버젓이 쓰이고 있는 겁니다.

의료법 제2조 제4항에는 “조산사는 조산(助産)과 임부(姙婦)·해산부(解産婦)·산욕부(産褥婦) 및 신생아에 대한 보건과 양호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분명 임산부와 해산부는 같은 뜻인데, 임산부는 알아도 해산부를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시민1]

(이 ‘해산부’라는 단어 보신 적 있으세요)

“아니요. 못 봤어요.”

[시민2]

(이 ‘해산부’라는 단어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해산부... 잘 모르겠는데 해산부. 뭐 통상적으로 쓰는 임산부라고 바꿔서 표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해산부(解産婦)는 ‘풀 해(解)’자에 ‘낳을 산(産)’, ‘며느리 부(婦)’ 자를 씁니다.

의미 그대로 해석하면 ‘아이를 낳는 사람’, 즉 한마디로 임산부입니다. 

포털에도 해산부를 검색하면 ‘즉 임산부를 말한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우리 법령엔 이 케케묵은 단어를 계속 쓰고 있는 걸까요.

직접 관련이 있는 산부인과 의사조차도 해산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며 황당해합니다.

[안기훈 / 고려대 산부인과 교수]

“모르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쓰진 않는데...”

(실제로 의료업계에서는 해산부보다는 임산부를 더 많이 쓰시는 거죠)

“그렇다고 봐야죠. 해산부라는 말은 일반적인 얘긴 아닌 것 같아요.”

국립국어원 역시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관계자의 말입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

“100만 규모 사전에도 저희는 ‘해산부’라는 표제가 없어요. 이렇게 많이 쓰이지 않고 사전에서도 이제 쓰임이 발견되지 않는 용어이기 때문에 아마 개정 대상으로 삼은 게 아닌가...”

의료법 속 수많은 조항 중 딱 한 군데에만 남아있는 이 ‘해산부(解産婦)’, 굳이 이 하나를 계속해서 우리 법전에 묵혀둘 필요가 있을까요.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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