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사업주로부터 보호받아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시행
원청 직원에게만 해당될 뿐, 협력업체·입점업체 근로자는 적용 안 돼
'원청의 책임 사항' 규정한 법 29조 아직 국회 계류... 고용부 "개정 중"

[법률방송뉴스] 오늘(18일)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됩니다.

콜센터 직원, 대형마트 직원 등 이른바 고객의 '갑질'로부터 감정노동에 시달려도 참아야만 했던 근로자들이 사업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시행 첫날부터 여전히 남아있는 감정노동의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얘기인지 이현무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폭언, 성추행, 인격모독, 하대에도 ‘고객 주권’을 외치는 사업주로 인해 굴욕적인 모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콜센터 직원들의 현실.

[이윤선 / 전국콜센터노동조합 위원장]
“다짜고짜 욕을 한다든지 아니면 전화를 받았는데 성희롱 관련 소음들이 난다든지 이런 것들이 많이 있었고요. 담당하는 부서에서 처리했어야 하는데 이 부서도 처리를 못하고 '처리가 안 되니 네가 좀 고객을 설득해서 무마시켜라' 이런 경우가 되게 많아요.”

직원을 보호해야 할 사업장 내의 관리시스템은 오히려 콜센터 직원의 고통의 골을 더 깊어지게만 할 뿐입니다.

콜센터 직원은 '8초' 안에 새로운 고객을 응대해야 하고, 화장실은 '5분' 이내로 다녀와야 합니다. 사무공간은 아무리 넓어도 1m가 안 넘는 비좁은 공간입니다.

심지어 ‘이석 관리’라는 제도로 콜센터 직원이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휴식하는 것을 초 단위 분 단위로 감시하며, 부서당 40여명의 직원 중 2~3명만 쉴 수 있어 동료들끼리 휴식시간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작년 1월에는 고객센터에서 현장 실습하던 특성화고 학생이 자살을 했고, 9월에는 도시가스 관련 콜센터 직원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업무 중 실신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오늘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됩니다.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내 신설된 조항은 ‘제26조의2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입니다.

이 법안에는 “사업주는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상대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필요 조치를 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고객응대근로자의 요구를 이유로 해고, 그 밖에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 제72조에는 “사업주가 이를 지키지 않을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법이 정한 원청 직원에게만 해당될 뿐, 협력업체와 입점업체 근로자에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국서비스노동조합연맹 관계자]
“백화점 기업의 사업주는 협력업체 직원을 보호할 의무가 없어요. 29조 내용이 아직 계류중이에요. 아직 그게 통과가 되지 않고 있는 거죠.”

‘사업주가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26조2는 가결됐지만, ‘원청의 책임 사항’인 29조 내용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겁니다.

고용노동부 측은 원청업체에 책임사항에 대한 권고를 내린 상태며, 현재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합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편의점협회하고 프랜차이즈협회, 큰 편의점 본사, 그 다음 백화점. 큰 백화점들은 원청들을 모아서 이렇게 해주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하청이나 입점업체들 같이 감정노동에 대해서 관리해주도록. 그게 지금 전부 개정안이 진행 중에 있고요...”

앞으로도 감정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감정노동자들의 노조활동도 적극 보장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윤선 / 전국콜센터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가장 근본적인 것일 수 있는데 콜센터 쪽에 노조활동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해요. 콜센터가 아무래도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에 내부에 있는 사건 사고들이 외부로 안 나가는 경우들이 많이 있는데, 내부 사정을 잘 아니까 가장 효과적으로 바로 옆에서 도와주지 않을까.”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오히려 보호 장치가 절실한 직원들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

산업안전보건법이 겉으로만 그럴듯한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으려면 사각지대에 놓여 차별받고 있는 감정노동자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서둘러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법률방송 이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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