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 '다둥이' 엄마... 아이 키우는 게 사법고시보다 더 어려워"
“법정에 아기, 튀려고 유난 떠는 것 아냐... 맡길 곳 없어서 고육지책”
“의료사고로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 시력 잃어... 인권변호사 외길"
"제가 필요한 분 손 잡고 오래 계속 가는 게 꿈... 아이도 잘 키우고"
[법률방송뉴스] 강간 등 형사사건 재판정에 이제 갓 백일 지난 아기를 포대기에 안고 들어가는 여성 변호사가 있습니다.
무슨 영화 속 장면이 아니고 우리나라 법정에서 실제 있는 일입니다.
“나는 엄마 변호사다”
‘LAW 투데이 인터뷰’ 오늘은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 김예원 변호사를 만나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이현무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예원 변호사는 오늘도 갓 백일 지난 아기를 데리고 시민단체 토론회 공식 행사에 발표자로 참석했습니다.
[김예원 변호사 / 장애인권법센터]
“급할 때는 유모차도 못 타고 교통이 안 좋은데 가고 하면 아기띠 해야 해요, 무조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요...”
웃으면서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김예원 변호사.
한두 번 이런 행사장에 아기를 데리고 다닌 모양새가 아닙니다.
심지어 재판받는 법정에까지 아기를 업고 간 적도 다반사라고 합니다.
[김예원 변호사 / 장애인권법센터]
“법정에 데리고 갔을 때면 일단 법정에서 만나는 동료 변호사들이 되게 ‘당황해한다’ 라는 것과 그리고 판사님들도 제가 변호사라고 생각은 못 하시고 ‘어떤 일로 오셨냐’ 물어보시는 경우도...”
튀는 행동, 그러나 튀려고 그러는 게 아니고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게 김 변호사의 말입니다.
양가 부모 모두 일을 하시고, 3살 연하 남편도 판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맡길 데는 없는데 일은 해야 하고, 아기를 업고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말입니다.
[김예원 변호사 / 장애인권법센터]
“이때가 한창 집에서 보호 받고 따뜻하게 엄마 품속에 있어야 하잖아요.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한 것이거든요. 어쩔 수 없어서... 그러니까 제가 그것 때문에 제가 출산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연기하거나 연기신청하거나 변경신청을 할 수 없거든요...”
여섯 살, 세 살 아이, 그리고 이제 갓 백일 지난 셋째까지, 김 변호사는 모두 세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여러 번 해봤다고 힘들지 않은 게 아니라는 것이 김 변호사의 말입니다.
[김예원 변호사 / 장애인권법센터]
“일단 몸이 너무 힘들고요. 아이가 지금... 그리고 애기한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고. 이번 여름 엄청 더웠잖아요. 그 더운 여름에 아직 산후조리가 안 된 몸으로 애기 낳은 지 몇 주도 안 된 상태에서 그렇게 돌아다니고 했던 게 어떨 땐 서럽기도 하고...”
잘 하는 건 당연한 거고, 못 하거나 소홀하면 금방 티가 나는 일, 육아.
김 변호사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사법고시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고 웃으면서 말합니다.
[김예원 변호사 / 장애인권법센터]
“사법고시보다 더 힘든... 육아는 그냥 하루하루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생각하고...”
잠시 휴직을 하든지 하면 될 일, 그렇게까지 힘들어 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하려는 일이 궁금했습니다.
[김예원 변호사 / 장애인권법센터]
“제가 하는 일은 장애인권법센터는 장애를 원인으로 인권침해를 당한 장애인 피해자들이 있으시죠. 그분들을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고요. 그러다보니까 여성과 아동 인권 쪽도 같이 일을 하고 있어요. 꼭 장애 여부를 불문하고 그 쪽도 같이 일하고 있어서 성폭력 사건의 대응이라든가...”
김 변호사는 의료사고로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시각 장애인’입니다.
연수원 수료 후 공익재단 ‘동천’을 거쳐 3년 동안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 상임변호사를 지낸 뒤, 지난해엔 직접 ‘장애인권법센터’를 설립, 아기를 들쳐 업고라도 ‘억척스레’ 인권변호사 길을 멈추지 않고 걷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김예원 변호사 / 장애인권법센터]
“비영리로 공익 활동을 전담하다 보니까 사건 해결만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고요. 사건 자체에서 부딪치는 벽들이 있잖아요, 제도의 벽들이. 그런 것을 좀 없애는 제도 개선 활동도...”
일과 육아는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포기의 문제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김예원 변호사.
그렇게 김예원 변호사는 오늘도 아기를 업고 몸으로 사회적 편견과 제도의 벽을 깨고 넘어서며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김예원 변호사 / 장애인권법센터]
“제가 필요한 곳에 저한테 손 내미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손을 계속 잡고 가는 게, 오랫동안 가는 게 제 꿈이에요. 그 과정에서 아이들도 열심히 키워야죠...”
“자신은 ‘수퍼 워킹맘’도 ‘튀는 변호사’도 아니고 그저 일과 육아 둘 다를 놓지 않고 싶은, 놓지 않고 있는, 그런 면에서 운이 좋은 ‘워킹맘’이라는 김예원 변호사.
일과 육아의 병행은 ‘워킹맘’ 개인의 의지나 역량, 아기 할머니에게 맡기는게 아니라 국가와 공동체, 제도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말입니다.
법률방송 이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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