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에 8명, 사형 오판 가능성 있어... 사형 폐지는 20%"
"대체형벌 전제 경우 조사대상자 70% 사형제 폐지 찬성"
"자비와 용서의 길, 인간의 길을 걸어주시길 간절히 빕니다"

[법률방송뉴스] 10월 10일 오늘은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세계사형폐지의 날’입니다.

세계 각국의 NGO와 지자체로 구성된 ‘세계사형반대연합’이라는 단체에서 지난 2003년 10월 10일을 ‘세계사형폐지의 날’로 정한 뒤 올해로 16회째를 맞았습니다.

이날이면 세계 각국에서 사형제 폐지 관련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 우리나라도 오늘 오후 국회에서 ‘세계사형폐지의 날’ 기념식 및 관련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오늘(10일) ‘앵커 브리핑’은 ‘사형제 폐지’에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오늘 기념식과 토론회에선 여야 각 당 대표 등 정계와 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 등 종교계, 그리고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석했습니다.

미하일 라이터러 주한유럽연합대표부 대사도 참석해 사형제 폐지 지지발언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김영삼정부에서 김대중정부로의 정권 이양을 앞둔 지난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해 ‘숙제’하듯 사형을 집행한 이후 21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국제엠네스티가 지정한 ‘실질적 사형 폐지국’입니다.

2017년 말 기준 법률적으로 사형을 폐지한 ‘완전한 사형 폐지국’은 106개 나라고, 우리나라처럼 법전에는 남아 있지만 10년 넘게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 폐지국’은 36개 나라에 이릅니다.

전 세계 국가의 3분의 2를 훨씬 넘는 나라에서 사실상 사형제도가 폐지됐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사형을 폐지하는 나라는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세계사형폐지의 날’성명서에 따르면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미국 역시 사형을 폐지하는 주가 하나둘 늘어가며 지금은 19개 주에서 사형을 폐지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흉악범죄 억제 효과’는 이미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결론이 난 상태입니다.

관련해서 유엔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지난 2007년 이미 ‘사형에 범죄 억제력이 있다는 결정적 증거 없음’을 공식 입장으로 채택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17년 범죄백서 통계에 따르면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20년 동안 살인에 해당하는 범죄가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꾸로 살인과 강도·강간·방화 등 5대 강력범죄 발생 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영철 같은 희대의 연쇄살인범이나 중학생 딸 강제추행·살인·시신유기 같은 ‘어금니 아빠’유영학 사건 같은 극악한 범죄들로 인한 어떻게 보면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겁니다.

"사형이라는 최고 형벌이 잠재적 범죄자에게 겁을 주어 범죄억지효과를 갖는다는 주장은 환상에 불과하다. 정작 사형이 선고되고 집행되어야 할 대상은 바로 사형제도다“

오늘 기념식 축사를 맡은 참여연대 공동대표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입니다.

그럼에도 사형제 폐지를 위해선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 있습니다.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이 입은 상처와 고통에 대한 보상, 사형을 통한 인과응보와 정의의 실현이라는 ‘법감정’입니다.    

‘당사자’가 아니고는 누구도 함부로 왈가왈부 할 수 없는 얘기들이기도 합니다.

15대 국회 이후 사형제 폐지 법안이 계속 발의됐으면서도 번번이 법사위 문턱도 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사형제 폐지와 관련 오늘 토론회에선 눈여겨봐야 할 자료가 발표됐습니다. 

경남대 경찰학과 김도우 교수의 ‘사형제 폐지 및 대체형벌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발표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10에 8명은 사형선고의 오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0%가량 밖에 안됐고, 유지 59.8%,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19.9%였습니다.

하지만 대체형벌을 전제할 경우 사형제도 폐지 의견이 기존 20.3%에서 66.9%로 세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사형을 대체할 적절한 형벌만 마련된다면 우리 국민 10에 7명은 사형제 폐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조사 결론입니다.
 
이에 따라 오늘 토론회는 절대적 종신형 등 사형제를 대체할 수 있는 형벌과 피해자에 대한 재산·심리·사회적으로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한 국가의 역할과 제도 마련 등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피해자 가족들께는 참으로 조심스럽고 죄송하지만, 귀한 생명을 잃은 결과로 또 하나의 생명이 사라지는 업보와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자비와 용서라는 대승의 길, 인간의 길을 걸어주시길 간절히 빕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주현 주교가 오늘 기념식에서 한 말입니다. 자바와 용서, ‘인간의 길’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실질적인 논의와 진전, 결과물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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