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다스 소송은 대통령 직무와 아무 상관 없어"
'화이트리스트' 김기춘, '채용 압박' 최경환도 무죄
법조계 "법원이 법리를 굉장히 엄격하게 적용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개입 의혹에도 적용될까"

[법률방송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지난 금요일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했는데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전부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같은 날 법원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조윤선 전 정무수석, 최경환 의원 등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오비이락’일까요, 뭔지 모를 ‘포석’이 있는 걸까요. 

김정래 기자의 ‘심층 리포트’입니다. 

[리포트]

이명박 전 대통령에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는 다스 미국 소송 등 다스 뒷수습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나 김재수 LA총영사 등을 관여하게 한 혐의입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률상 다스 소송은 국가나 대통령의 직무와 아무 상관없는 사기업에 관한 일이다. 직무상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즉 대통령의 직무권한, ‘직권’ 자체에 해당하지 않는 일이니만큼 남용할 직권이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직권남용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김광삼 변호사 / 법무법인 더쌤]
"직무의 범위에 속하냐 속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그걸 넓게 해석하느냐 좁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좀 달라질 수가 있죠. 굉장히 법리를 엄격하게 적용했다, 이렇게 봅니다"

같은 취지로 화이트리스트 혐의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수석, ‘비서 채용 압박’ 혐의 최경환 의원 등도 1심에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전경련을 압박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한 거나 직원 채용 압박은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업무가 아니니만큼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반면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벌들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하도록 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1심에 이어 지난 8월 항소심에서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비슷한 혐의에 대해 두 달도 안 돼 180도 달라진 판결.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법원이 사법농단 재판 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포함해 누구도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는 만큼, 재판거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서범석 /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추후 있을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된 재판에서도 직권남용죄 인정이 조금 쉽지 않게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우려하는..."

그러나 법원이 아무리 직권남용죄 성립을 좁게 적용해도 사법농단 재판거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긴 힘들 거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강신업 변호사 / 법무법인 하나]
"소송과 관련된 일 내지 법원행정과 관련된 일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직무범위 내 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직권남용이나 권리행사 방해죄가 성립할 여지가 많습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지 모를 일련의 직권남용 혐의 무죄 선고에 대해 ‘무슨 다른 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해석이 나오는 현실. 

사법농단 재판거래와 일련의 압수수색 영장기각 등 우리 법원이 자초한 씁쓸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법률방송 김정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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