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국민 아이디어 공모’... 황당한 법률용어, 국민들이 찾아내
"입법자나 공무원이 법전에 갖다붙이기만 하면 법률용어인가"... 이제 제발 바꿔나갑시다

[법률방송뉴스] 내일은 제572회 한글날입니다.

저희 법률방송이 연중기획으로 일제 잔재 표현 등 어렵고 황당한 법률용어를 바꾸자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해드리고 있는데요.

관련해서 법제처가 지난 3개월간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국민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했는데, 정말 황당한 법률용어들이 많이 접수됐다고 합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 공모제에서 입상한 단어 3개 정도만 전해드리겠습니다.

은혜일(恩惠日), 변태설립사항, 액셀러레이터, 이렇게 3개입니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은혜일(恩惠日)’은 우리 어음법에 나오는 단어입니다.

어음법 제74조 “은혜일은 법률상으로든 재판상으로든 인정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그것입니다.

한자를 보면 은혜를 입다, 은혜를 베풀다 할 때 ‘은혜(恩惠)’와 ‘날 일(日)’ 자를 씁니다.

한자만 놓고 보면 은혜를 받은 날이라는 건지 은혜로운 날이라는 건지, 도무지 무슨 날이라는 건지 그 뜻을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더 황당한 건 상법 제290조 ‘변태설립사항(變態設立事項)’ 조항입니다.

변태스럽다, 변태성욕자 할 때 ‘변태(變態)’와 같은 한자를 씁니다.

관련 조항을 보니 “발기인이 받을 특별이익과 이를 받을 자의 성명은 정관에 기재함으로써 그 효력이 있다”는 등의 내용이 나옵니다.

변태설립사항, 변태를 뭘 어떻게 설립한다는 건지, 뭐에 대한 설립사항이라는 건지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일반 시민들이 당연히 그 뜻을 알리 만무합니다.

[시민]

“내가 법을 조금 아는데, 거기선 못 봤어요”

[시민]

“전직 세무사가 모르면...”

은혜일은 채무자가 일종의 은혜를 받는 날이긴 날인데, 법률적으론 ‘채무자의 이익을 위하여 어음 지급이 유예되는 기간’의 뜻 정도로 쓰입니다.

즉 “은혜일은 인정하지 아니한다”는 해당 어음법 조항은 "임의적 지급 유예는 인정하지 않는다“로 순화해서 고쳐 써야 합니다.

변태설립사항의 변태는 ‘본래 상태가 변하는 상태’ 정도의 뜻에서 파생된 말로, 법률적으로는 ‘회사 설립과 관련된 사항들 가운데 회사의 자본적 기초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는 사항’을 지칭합니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한자 조합도 조합이지만, 영어까지 본래 뜻과 무관하게 우리 법전에서 남발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나오는 ‘액셀러레이터’라는 단어가 대표적입니다.

제19조의 2 ‘액셀러레이터의 등록’ 등 조항을 보면 “액셀러레이터는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 법에서 액셀러레이터는 초기창업자 선발 및 투자 등을 주 업무로 하는 일종의 ‘창업기획자’를 지칭합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액셀러레이터 하면 자동차 액셀, 가속장치를 연상하지 ‘창업기획자’를 떠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시민]

(단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어요”

한자든 영어든 공무원이나 입법자들이 법전에 말 그대로 갖다부치면 ‘법령용어’가 되는 황당한 현실.

법제처가 황당하고 어려운 법률용어 국민 공모를 시행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양지호 주무관 / 법제처 알기쉬운법령팀]

“법령용어 정비 과정에서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시고... 공모제는 이제 매년 시행할 계획이고 그리고 저희 ‘어려운 법령용어 신고센터’라고 또 게시판을 통해서 또 어려운 용어가 있으면 이제 개선 의견을...”

뜻을 모르겠는 건 둘째 치고 차마 두고 볼 수 없는 황당하고 민망하기까지 한 법률용어.

꼭 내일이 한글날이어서가 아니라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신새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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