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에겐 ‘운명의 날’이지만... 썰렁하기만 한 법원
잇단 최고권력자 비리에 염증... '학습된 무관심'
MB '책임 전가' '본말전도' 식 행태도 냉소 부추겨

[법률방송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린 오늘(5일) 법원 주위는 지지자도 비판자도 없는 썰렁한 분위기였습니다.

뇌물 등 혐의 전직 대통령 선고공판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신새아 기자의 '심층 리포트'입니다.

[리포트]

수백억대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 오늘 오후 서울중앙지법 앞.

비가 흩뿌리는 찌푸린 하늘처럼 법원 앞은 썰렁합니다.

비를 피해 종종걸음 제 갈 길을 가는 시민들이 간간이 눈에 띌 뿐, 인기척이 없는 게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지난 4월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공판 당일.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운집해 태극기를 흔들며 “우리 대통령을 내놓으라”고 오열과 분노를 내보인 것과는 천양지차입니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이 전 대통령 선고가 나든 말든 별 관심 없다는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시민]

“이미 나쁜 사람이라고 모든 사람들한테 인식이 돼 있잖아요. 벌 받을 것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크게 관심을 안 갖는 것 같아요. 저부터도”

[시민]

“걔들 원래 하는 거 뭐... 뻔하다 이런 식의 그런 생각인 거 같아요. 대부분 다 그래요”

심지어 권력자에 대한 부정부패 선고재판이 열리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나타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역대 최대 표차 압도적 대선 당선이 무색하게, 지지자도 엄벌을 촉구하는 비판자도 없는 말 그대로 철저한 무관심.

이런 무관심은 일단 전직 대통령들의 잇단 부패 혐의 재판에 시민들이 염증을 느낀, 일종의 ‘학습된 무관심’이라는 분석입니다.

[정완 / 경희대 로스쿨 교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 테잎을 끊었다고 할까... 그 범죄도 보통 범죄입니까. 뭐 거의 종신형에 가까운 형사처벌을 받은 그런 범죄 그런 거를 보고... 그냥 부패와 비리, 볼 필요도 없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나 캐릭터, 대응도 시민들의 무관심과 냉소를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한 측면이 강한 반면,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 본인이 직접 연루된 혐의들입니다.

그럼에도 ‘다스는 형님 거’라고 끝까지 부인하거나, ‘나는 모른다’며 책임을 아래로 미루거나, 자신에 대한 재판 생중계가 ‘국격을 해친다’는 본말전도 식의 행태.

이런 것들이 쌓여 ‘보고 싶지도 않다’는 반발감이 형성됐다는 겁니다.

[김현 / 대한변협 회장]

“당당하게 법정에 출석해서 마지막 의견도 얘기하고 그리고 법원의 판결을 좀 승복하는 그런 자세를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초래된 원인은 원인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을 단순히 ‘정치가 원래 다 그렇지 뭐’ 하는 냉소와 혐오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성숙해질 수 있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찬희 / 서울변회 회장]

“국가를 운영하는 분들의 어떤 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게 무조건 옳다는 것이 아니라 반대쪽의 의견도 경청하면서...”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셰익스피어 희곡 ‘헨리 4세’에 나오는 말입니다.

전직 대통령으로 네 번째 뇌물 혐의 유죄 판결 중형 선고.

이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중형 선고는 최고 통치자에게 얹혀진 권한과 책임의 무게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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