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글계정 이용자와 카드명의자 달라... 본인 확인했어야"
"부모는 카드 무단사용 못하게 가르쳤어야... 각각 책임 50%"
구글, 부모가 소송 제기하자 '소송 취하 조건'으로 환불 약속
동일 판결, 같은 피해자 모두에 효과... 집단소송제 도입해야

[법률방송뉴스] 아이가 졸라서 아빠 신용카드로 포털 사이트에서 게임아이템을 사줬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포털 사이트에 저장된 아빠 신용카드 정보로 아빠 모르게 수십 차례나 게임 아이템을 구매했습니다. 

비슷한 일을 겪은 경험들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이 경우 해당 포털 사이트는 법적으로 책임이 있을까요, 어떨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 오늘(28일)은 신용카드 관련한 얘기 해보겠습니다.

A씨는 지난 2015년 당시 10살이던 아들의 구글 계정으로 구글 결제 시스템에 접속해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결제하는 방식으로 아들에게 게임 아이템을 사줬습니다.

사단은 그 이후에 났습니다. A씨 아들이 이후에도 A씨 모르게 25차례에 걸쳐 181만원어치나 되는 게임 아이템을 몰래 구입했다고 합니다.

처음 상품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 정보가 입력되면 이후엔 다시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할 필요 없이 구글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도록 결제 시스템이 설계돼 있어 10살 먹은 A씨 아들이 아무런 제지 없이 수십 차례나 게임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겁니다.

신용카드대금 청구서를 받아본 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구글에 결제된 금액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고 이에 소송을 냈습니다.

1심 재판부(수원지법 민사3부 양경승 부장판사) 판결이 오늘 나왔는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났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구글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 고객의 신용카드 정보가 무단 사용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특히 계정 이용자와 신용카드 명의인이 서로 다르고 계정 이용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신용카드 정보를 새로 입력하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 무단 사용되지 않도록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제 위에 재판부는 "그런데도 구글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로 미성년자인 원고의 아들이 원고의 신용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하도록 했고, 이러한 구글의 주의의무 위반은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자녀가 부모의 허락 없이 신용카드를 무단 사용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했는데 이를 제대로 못한 과실이 있다"며 A씨와 구글의 책임을 각각 50%로 정하고, 구글은 A씨에게 구매 금액의 절반인 90만 9천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뒷얘기를 들어보니, A씨의 환불 요청을 거부한 구글은 A씨가 소송을 제기하자 소송 취하 조건으로 환불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구글은 아마 그동안 법적으로 책임질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이런 식의 '꼼수'로 대처해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A씨와 비슷한 일을 당했지만 ‘화나지만 소송까진 귀찮고 피곤하다, 관두자’ 했던 피해자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이런 점 때문에라도 동일 사건 판결의 경우 같은 피해자 모두에게 동일한 효과가 있는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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