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트라우마, '상처'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트라우마트(traumat)에서 기원한 단어입니다. 

일반적인 의학용어로서 트라우마는 '외상'을 뜻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 혹은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의미하고, 우리는 흔히 지울 수 없는 충격을 받았을 때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비단 개인뿐 아니라 때로는 사회 전체가 트라우마를 겪기도 합니다.

1997년 IMF시절을 겪은 후에는 외환위기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한다거나, 아동이나 장애인 학대와 같은 잔인하고 비윤리적인 범죄가 사회 이슈가 될 때가 그렇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5년, 우리는 생소한 이름의 질병에 대한 공포를 느꼈고 그것은 마치 우리 사회에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메르스’(MERS)라고 불리는 중동 호흡기 증후군입니다. 

당시 무려 38명의 사망자를 낸 소위 메르스 사태는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하였고, 때문에 이후 중동지역을 다녀오는 여행객들에게는 별도의 질문지와 함께 이상 징후가 있을 때는 바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3년 만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시 나왔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해당 환자는 중동 체류 후 귀국 과정에서 공항 검역소에서 귀국 전 계속된 설사 증상으로 현지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2015년 38명의 사망자를 낸 메르스 사태가 우리사회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음에도 방역당국의 검역시스템의 허점은 메워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당시 메르스 확진환자 186명 중 24명 즉 12.9%가 설사와 소화불량 등 소화기 증상을 호소했으며,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7월 발간한 ‘2018 메르스 대응지침’에도 메르스의 주요 증상으로 발열, 기침과 함께 복통, 설사 등이 포함돼 있음에도 검역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환자가 공항을 나선지 네 시간 만에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내려졌는데 만약 환자가 자진해서 증상을 알리고 곧바로 병원 응급실을 찾지 않았다면, 3년 전 메르스 사태 악몽이 재연될 수 있었던 상황입니다.  

국가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은 공동체의 존립이유이도 합니다. 

국민의 생명, 건강, 그리고 안전을 위협하는 전쟁이나 안보문제는 물론 범죄예방이나 방역문제에 대해서는 늑장대응, 소극대응은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생명과 안전문제는 한번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고, 공동체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메르스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 면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대응’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방역당국은 메르스 확산 방지에 전력을 다하는 동시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출입국 검역시스템을 반드시 재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매뉴얼 마련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매뉴얼에 따른 조치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김현성 변호사의 '시선 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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