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20여명 넘는 연극계 여배우 성폭력 혐의... 검찰, 징역 7년 구형
1심 재판부 "피해자 진술 종합하면 성추행 등 혐의 충분히 인정된다" 판결
이윤택 "연기 지도일 뿐, 추행 의도 없었다"... 재판부 "연극계 영향력 악용"

[법률방송뉴스] 여성 극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감독에 대해 법원이 오늘(19일)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꿈을 이루기 위한 여배우들의 처지를 악용했다”고 이윤택씨를 질타했는데, ‘미투 고발’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 인사들 가운데 유죄 판결이 난 건 이씨가 처음입니다.

재판부 유죄 판결 사유를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이현무 기자의 심층 리포트입니다.

[리포트]

수의를 입고 굵은 뿔테 안경을 쓰고 선고공판에 나온 이윤택 전 감독은 바닥을 쳐다보고 법정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윤택씨는 자신의 극단 여배우들을 강제로 성폭행한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씨는 재판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기에 강제추행이나 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수치심을 일으키는 여배우의 특정 신체부위를 만진 데 대해서도 ‘특유의 연기 지도 방법’일 뿐이라며 추행 의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황병헌 부장판사)는 그러나 이윤택씨의 이같은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이씨에 대해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도 함께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피해자들에게 안마를 시키면서 성기 주변을 주무르게 하는 등 당시 상황에 비춰보면 강체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기 지도라는 이씨 주장에 대해서도 “그 부위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정당한 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유사강간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자해 행위를 하는 등 범행이 피해자의 증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목격자와 피해자의 진술을 종합하면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자로서 자신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단원과 배우들에게 반복적으로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다”

“오직 연극을 하겠다는 피해자들의 소중한 꿈을 악용해 절대적 권력을 행사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이윤택씨를 질타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과오를 스스로 반성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고, 재판에서 ‘자신을 악인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윤택씨는 재판부의 유죄 선고가 이어지는 동안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을 응시했습니다.

검찰은 수십년간 20명 넘는 여배우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이씨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이윤택 성폭력사건 대책위’는 유죄 선고 뒤 기자회견을 열고 유죄 판결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이씨의 죄질과 상습성에 비하면 형량이 미미하다며 더욱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조은희 /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증인석에서 진술할 때 가해자는 가림막 밖에서 헛기침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안태근 전 검사장, 영화배우 조재현씨, 영화감독 김기덕씨, 시인 고은씨.

이윤택씨와 같이 ‘미투’운동으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유명 인사들입니다. 이윤택씨는 미투 운동 이후 처음으로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법률방송 이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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