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헌재소장 "미력이나마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길"
'미스터 쓴소리' 김이수 "통진당, 탄핵... 고뇌의 시간들"
김창종 "헌재 책무에 6년간 하루도 마음 편한 날 없었다"
공안검사 출신 안창호 "사랑과 신뢰야말로 공동체의 바탕"
'탄핵심판 주심' 강일원 "세계 최고의 헌재로 만들어 달라"

[법률방송뉴스]

오늘(19일) 헌법재판소에선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한 헌재 재판관 5명의 퇴임식이 열렸습니다.

올해는 헌재 창립 3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이기도 한데요.

퇴임하는 헌법재판관들의 소회가 남다른 듯했다고 하는데, '5인 5색'의 헌법재판관 퇴임사, 퇴임식 현장을 장한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회 인사청문회와 헌재소장 취임식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라는 김종삼 시인의 시를 낭독한 이진성 헌재소장은 오늘 퇴임식에서도 김종삼 시인의 ‘물통’이라는 시를 인용하며 퇴임사를 시작했습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그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해 다름아닌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다 준 일밖에 없다고' 김종삼 시인은 '물통'에서 노래하였습니다. 판사로서, 재판관으로서, 그리고 재판소장으로서 미력이나마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고..."

10개월의 짧은 헌재소장 재임.

30살을 맞은 헌재 소장 직을 내려놓으며 이진성 헌재소장은 헌법재판이 갖는 무게와 그 막중함을 감당하기 위한 헌재의 책무를 강조했습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의 독립성에 대한 반석 같은 신념을 더욱 강고하게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독립성을 바탕으로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완성시키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헌법재판을 더욱 발전시켜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퇴임사 끝 무렵 이진성 소장은 “국민 기본권을 지키다 가족들의 기본권은 지키지 못했다”며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을 내비쳤습니다.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 부결이라는 풍파와 난관을 겪었던 김이수 헌법재판관은 후련 섭섭해 보였습니다.

진보적 소수 의견을 자주 내 ‘미스터 쓴소리’라는 애칭을 얻은 김이수 재판관은 헌재에서의 날들이 결코 쉽지 않은 고뇌의 시간들이었음을 처음으로 고백했습니다. 

[김이수 헌법재판관]
“한국사회에서 입지가 미약했던 진보정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고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대통령 탄핵 사건의 변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팽팽한 긴장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김창종 헌법재판관도 헌재 재판관으로 짊어진 책무와 무게에 6년 동안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고 털어 놓으면서도, 남은 헌재 직원과 새로 올 사람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김창종 헌법재판관]
“우리 사회에서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대립하고 반목하는 사회를 통합하기 위하여 편견 없는 열린 마음으로...”

공안검사 출신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은 합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던 안창호 헌법재판관의 퇴임사 화두는 ‘사랑’이었습니다. 

[안창호 헌법재판관]
“무엇이 공법이고 무엇이 공동체의 정의인지,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공동체 구성원의 인권인지, 그리고 무엇이 믿음이며 무엇이 공동체의 신뢰인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을 맡아 송곳 같은 질문으로 화제를 모았던 ‘꼿꼿’ 강일원 재판관은 몸담았던 이제 서른살이 된 헌재에 대한 자긍과 사랑을 가감없이 내보였습니다. 

[강일원 헌법재판관]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고의 헌법재판소이고 아시아에서는 가장 발전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인정받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서른살 장년을 지나고 있는 헌재를 아시아 최고가 아닌 세계 최고의 재판소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 강일원 재판관의 마지막 부탁이자 당부입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헌법재판소가 앞으로도 국민 주권 강화와 민주주의 성숙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도 그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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