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3~4일 새벽 3~4시 출근 장거리 배송업무"
뇌경색 판정... 근로복지공단 "지병 때문, 산재 아냐"
요양급여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중 병세 악화 사망
"뇌경색,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 법원, 원고 승소
"재판 이겼지만... 뇌경색 초기 요양급여 지급했다면"
[법률방송뉴스] 평소 고혈압과 당뇨 등 지병이 있던 50대 택배 배송기사가 배송 물량이 폭주하는 추석을 전후해 상태가 악화돼 뇌경색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뇌경색은 과로가 원인이 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까요, 원래 지병이 있었으니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을까요.
오늘(16일) ‘판결로 보는 세상’은 업무상 재해 얘기 해보겠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건 6년 전인 2012년입니다. 경기도의 한 농산물 판매업체에서 배송기사로 일했던 A씨는 당시 월급 180만원을 받으면서 주당 76~78시간 정도를 일했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3~4일은 새벽 3~4시에 출근해 장거리 배송업무를 끝마쳐야 하는 말 그대로 강행군의 연속이었습니다.
올해 기준 노동관계법상 한 주 최대 근무시간이 52시간이니 주당 최대 근무시간보다 무려 24시간 이상을 더 초과해 근무한 겁니다.
그러던 2012년 10월, A씨는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A씨는 과도한 배송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뇌경색 등이 발병했다며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요인이 아닌 고혈압과 당뇨 등 평소 지병 때문에 뇌경색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건강 악화와 의료비 부담 이중고를 겪으며 경제적 사정까지 나빠진 A씨는 법률구조공단을 찾았다가 공단의 도움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송은 지지부진 빨리 결론이 나지 않았고 A씨는 소송 도중인 올해 2월 지병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고, 아내 이모씨가 소송을 이어받아 지난한 법정 다툼을 이어 왔습니다.
최근 1심 판결이 나왔는데 의정부지법 제2행정부(안종화 부장판사)는 뇌경색으로 사망한 배송기사 A씨의 아내 이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뇌경색 진단 6년 만입니다.
재판부는 먼저 “고인이 고혈압과 당뇨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고 음주와 흡연을 했으며 나이가 50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고혈압, 당뇨 등이 악화해 뇌경색으로 발전했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뇌경색 진단을 받은 해인 2012년 1~2월 기준으로 월 20톤 안팎이었던 배송량이 추석이 있던 그해 9월에는 66톤으로 세 배 이상 급증한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뇌경색 발병 무렵의 급격한 업무 증가와 스트레스로 인해 평소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했던 기초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결국 뇌경색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인한 육체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뇌경색, 이로 인한 사망.
근로복지공단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A씨 유족들은그동안 받지 못한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애초 발병 초기, 뇌경색 진단 초기 근로복지공단에서 요양급여를 지급했더라면 A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며 병세가 악화돼 끝내 사망하는데 까지 이르게 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근로복지공단 입장에서야 이것저것 감안해서 내린 결정이었을 테고,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는 하던대로 했던 일이었겠지만, 이렇게 꼭 몇 년씩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요양급여를 지급했어야 했나 하는 안타까움이 어쩔 수 없이 듭니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국가의 녹을 받는 공무원들이 국민 마음을 더 좀 세심히 헤아려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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