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이래 없었던 일... 사법부가 양심 팔아"
"사법파동 저리가라할 사건에 침묵하는 법관들"
"미래 법조인, 젊은 로스쿨생들마저 외면"

[법률방송뉴스] 한양대 로스쿨 박찬운 교수가 사법농단 재판거래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이 SNS에서 파문을 낳고 있습니다.

어떤 글이고, 어떤 생각으로 글을 올렸고, 지금의 사법농단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박찬운 교수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LAW 투데이 인터뷰', 김정래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7일 오전 박찬운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법농단 재판거래 파문 관련해 올린 글입니다. 

‘사법농단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는 말로 시작하는 글은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어디에 갔나, 법원은 어떤가, 학생들은 왜 이렇게 조용한가, 그리고 “우리들을 돌아봅시다”라며 스스로에게도 질문과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화창한 오후 한양대 연구실에서 박찬운 교수를 만났습니다. 

박찬운 교수는 ‘허탈하고 참담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박찬운 교수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우리가 매일같이 연구하고 가르치는 게 뭡니까. 대법원 판례 아닙니까. 그 대법원 판례가 거래 대상이 되었다고 하니 허탈하고 참담하지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꿈에서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 재판거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이런 일은 없었다’는 것이 박찬운 교수의 말입니다.

[박찬운 교수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그런데 이게 정말 유사 이래로 우리 대한민국 수립, 정부 수립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사태는 없었거든요. 우리 사법부에서 말 그대로, 그 양심을 팔아가지고..."

그 자신 26회 사법시험 합격자인 법조인이기도 한 박찬운 교수는 법원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냈습니다.  

일선 판사들이 이런저런 노력을 안 하는 건 아니겠지만 한참 부족하다는 겁니다.  

[박찬운 교수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제가 보기에는 그 사법파동이 있었을 때, 그 원인이 된 사정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에 비하면 10배, 100배의 사건이 지금 지금 일어났거든요... 과거 사법파동과 같은 그러한 일이 말 그대로 10번, 20번이 지금 일어나도 시원치 않은 지금 상황인데, 전국의 법관들이 왜 이렇게 조용한가...”

‘출세가 그리 중하냐’는 건데, 전직 고위 법관의 증거인멸 논란에 대해선 ‘법원도 공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찬운 교수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결국에 가서는 혐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줬다라고 하는 것은 그건 결국 법원도 공범 아닙니까. 저는 법원이 이건 책임져야 한다..."

박찬운 교수는 그러면서 정치권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습니다.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특검이다, 국정조사다, 시끄러웠던 국회가 사상 초유의 재판거래 파문에 대해선 왜 이렇게 조용한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박찬운 교수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사실은 이것보다도 그 비중이나 어떤 뭐 경중이나 이런 면에서 10분의 1, 100분의 1도 안 되는 사건에서는 우리 정치인들이, 우리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했습니까. 특검 하자, 국정조사 하자, 아주 말 그대로 득달같이 달려들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사건 왜 이렇게 조용합니까"

뭔가 켕기는 게 있거나, 들쳐봐야 이득 되는 게 없어서 그냥 무시하는 게 아니면 이럴 순 없다는 겁니다.

[박찬운 교수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유사 이래 우리 헌정사에 초유의 일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인들이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것은 무언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제자이자 후학, 미래의 법조인, 로스쿨 학생들도 박찬운 교수의 질타를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박찬운 교수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아무리 이 법학 공부에 치여가지고 또 변호사시험 준비에 부담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 젊은 미래의 법률가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외면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과거에 우리가 민주화 시대에, 그 젊은이들은 도대체 어디에 가 있습니까"
 
그리고 이윽고 박찬운 교수의 질타와 비판은 대한민국의 로스쿨 교수들, 박 교수 자신으로 향했습니다.

법학교수로서 존재의의마저 부정당하는 사상 초유 재판거래 사태에 목소리를 내는 교수들이 너무 적다는 겁니다.

[박찬운 교수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이 문제에 대해서 정말 심각하게 비판하고 또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지고 노력해온 우리 법학교수가 너무 적다. 이런 어떤 자괴감이..."

정치권도 법원도 학생들도 눈 감은 현실. 박찬운 교수가 전국 로스쿨 동료 교수들을 향해 연대성명부터라도 시작하자는 글을 올린 이유이자 배경입니다.  

[박찬운 교수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우리 사실은 대법원 판례 가지고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이 법학교수, 로스쿨 교수라고 한다면요. 그래서 정말 간곡한 마음으로 전국의 우리 법학교수님들께 이 문제에 조금 관심을 갖자, 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그래서 무언가를 바꾸어내자, 이런 어떤 호소를..."

"저의 간절한 바람이 SNS에서 모기 소리같은 작은 목소리로 끝나지 않도록 같이 동참해 달라"는 것이 박찬운 교수의 호소입니다.

누군가는 응답할 차례입니다.   

법률방송 김정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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