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2018 서울시 장애인생활체육대회'에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다.
지난 13일 '2018 서울시 장애인생활체육대회'에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대입 수시전형에서 장애인은 아니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등급 외 수험생의 보조기기 착용 및 반입 허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시전형은 수능 시험과 달리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전형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에 따라 장애등급 외 수험생들의 원서 접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21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대학 입시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민원이 올라와 있다. 자신을 피아노학과 지망생으로 소개한 고3 학생은 "장애인은 아니지만 장애 보조기기인 보청기를 착용해야만 하는 청력으로 인해 대입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현재 2천500여명의 동의를 받았을 뿐이다.

청원 학생의 어머니 A씨는 법률방송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기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어떤 대학 측에서는 '보청기 끼고 오는 학생은 응시하지 말아라'라고 아예 거부했고, 어떤 대학은 피아노 소리만 듣고 평가하는 비접촉식 실기시험에서 심사위원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야했다”며 “보청기는 안경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없으면 안 될 하나의 장치인데 똑같지 않은 기준과 차별을 당하면 절망할 수밖에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수시 전형에서는 장애인 특별전형에 대한 교육부의 권고가 있을뿐 일반 전형에서 장애등급 외 수험생에 대한 지침은 없는 상황이다. 대학 측에서 보조기기 착용을 불허하거나, 그로 인해 응시생이 불이익을 받게 돼도 불법은 아닌 것이다. 모집 요강에도 보조기기 착용 등에 대한 공지가 없어 보조기기가 허용되는지 여부조차 개인이 모든 대학에 문의를 해봐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수능은 국가 주도의 대입시험이기에 명확히 하나의 규정이 있고 장애 수험생에 대한 보조기기 허용, 필답고사 대체 등의 안내 사항이 있지만 수시의 경우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이라며 “모든 전형에서 몸이 불편한 학생에게 편의를 봐준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규정된 것이 없고, 다만 수시의 경우 장애인 특별전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특별전형의 경우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대학에 대해 경고를 할 수 있지만, 장애인에 해당되지 않는 일반전형에 지원한 장애등급 외 수험생을 고려하는 순간 그 전형은 일반전형이 아니라 특별전형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31일 열린 성균관대 2019학년도 수시 입시설명회에서 집중하고 있는 청중. /연합뉴스
지난 31일 열린 성균관대 2019학년도 수시 입시설명회에서 집중하고 있는 청중. /연합뉴스

하지만 한국보청기협회와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측은 장애인 등급 외적 사람들에 대해 보조기기를 사용하게 하는 것 자체가 혜택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가에서 정해놓은 장애인 등급으로 인정은 못 받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불편함을 지닌 현상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으며, 해당 수험생에게는 보조기기가 허용돼야 비로소 일반인과 비슷해지거나 혹은 그보다 못 미치는 기회균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한국보청기협회는 “청각 장애 등급 중 가장 낮은 6급은 한쪽 귀 40, 다른쪽 귀의 청력 손실이 80dB 이상인 등급인데, 양쪽 다 50dB이면 상당히 불편한 난청임에도 청각 등급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면접 같은 경우에도 거리에 따라 ‘사과’라는 단어가 ‘아가’라고 들릴 수도 있고 상당히 작게 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역시 “간혹 등급을 배정받지 못하는 저시력으로 분류되는 상황이 있다”며 “눈 나쁜 사람이 수두룩한데 ‘너는 장애인이 아니니까 안경 끼지 말고 시험 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평상시 사용하는 보조기기에 대해서는 어떤 심의절차에 의해 보조기기를 착용하고 시험을 응시하도록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보조기구 허용 제도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는 “독서 확대기의 경우에는 확대경 자체에 메모리 기능이 있거나, 커닝 페이퍼를 몰래 넣는다든지 부정행위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현실적으로 장애인 등급 외 수험생에게는 장애인의 등급 심사만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장애 보조기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입시 제도가 바뀌기 위해서는 또 다른 불공정이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안경은 되고 보청기는 안 되는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안경과 보청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다르기에 입시처럼 민감한 시험에서 강제적으로 보청기를 허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장애 등급을 받지 못하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 등급 외적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간지대여서 사각지대로 몰리게 되는 장애인이 아닌 몸이 불편한 수험생, 그리고 이들 사각지대에 대한 개선안 모색보다는 그저 예외적인 사례라고 정의하는 교육부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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