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전·현직 고위법관 3명 소환
유해용 "조사 전에 범죄자로 기정사실화... 공정하지 않다, 억울하다"
판사들에 이메일 보낸 이유는 "제자, 동기, 선배들이 안위 걱정해서"

[법률방송뉴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김현석 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등 법원 전·현직 고위 법관들이 오늘(12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줄줄이 검찰에 불려나왔습니다.    

'사법농단 재판거래' 조사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증거인멸과 현직 판사들에 구명 메일 논란에 휩싸인 유해용 전 수석연구관은 취재진에 “억울하다” “공정하지 못하다”고 항변했습니다.

오늘 ‘앵커 브리핑’은 ‘억울함’과 ‘공정함’에 대하여 얘기해보겠습니다.

유해용 전 수석연구관은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진료’ 성형외과 김영재 원장 부부 특허소송 등 재판거래 파문과 맞닿아 있는 대법원 기밀자료들을 무더기로 무단 반출했습니다.

올해 초 법관 생활을 그만두며 변호사 개업을 하던 때 일입니다.

이런 내용을 파악한 검찰은 지난 5일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유해용 변호사는 “영장을 가져오라”며 내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검찰은 유 변호사로부터 “증거인멸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받고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그 사이 유해용 변호사는 본인이 쓴 ‘확약서’가 무색하게 최대 수만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관련 자료와 문건들을 모두 파기했습니다.   

그 단호함과 과단성이 놀랍습니다. 

유해용 변호사가 오늘 검찰에 나오자 기자들의 관련 질문들이 쏟아졌고, 유해용 변호사,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작심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이런 겁니다. 

일단 확약서 관련해선 “형사소송법상 작성할 의무가 없음에도 검사가 장시간에 걸쳐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작성했다”는 것이 유 변호사의 말입니다.

그러면서 어쨌든 확약서를 쓰고도 파기한데 대해선 “검찰의 추궁을 당하는 것에 대해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며 ”대법원에서 자료 회수를 요청한 상황에서 입장을 표시하기 난처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법원에서 가지고 나간 대법원 기밀자료 달라 하니 난처해서 자료를 파기했다는 건데, “그런 것 같다”, 자기가 한 일을 남 얘기하듯 하는 화법. 

내용도 형식도 어떤 분의 ‘유체이탈 화법’이 연상됩니다.  

애시당초 왜 대법원 기밀자료를 들고 나왔는지, 뭐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무엇인지 저도 기억 못하지만 판사 생활 10년의 기억이 다 담겨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 변호사 말대로라면 애써 들고 나간 ‘판사생활 10년의 기억’을 자기 손으로 다 파기했다는 건데, 왜 그랬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마당이지만 유해용 변호사는 본인에 대한 검찰 수사를 몹시 부당하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법을 잘 아는 사람답게 “형사소송법에 엄연히 피의사실 공표란 게 있다. 검찰 수사 상황이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에 공개돼 저는 조사받기 전에도 마치 엄청난 범죄자로 기정사실화됐다”고 검찰을 원망했습니다.

현직 판사들에 대한 구명 이메일 논란에 대해선 “안위를 걱정해 소식을 물어보는 제자들, 법대 동기, 고교 선배 등에게 보낸 것이다”, "이미 제가 범죄자로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서 억울한 처지를 주변 사람들한테도 말하지 못한다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유해용 변호사의 말입니다.

‘억울’ ‘공정’이라는 단어들이 왠지 눈에 밟힙니다. 

앞서 검찰에 먼저 나온 김현석 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곧장 조사실로 들어갔습니다. 

‘죄가 되지 않는다’며 유해용 변호사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한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과 대법원 재판연구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서울대 법대 동문입니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유해용 변호사 말대로 법원 안에 유 변호사의 안위를 ‘걱정’하는 선배, 동기, 제자 등이 있다하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기소가 되어 재판을 받는다면, 유해용 변호사의 안위를 걱정하는 판사가 재판관으로 올지, 유해용 변호사의 '운'을 지켜보겠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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