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대한 기본 인식... "조직생활에서 비전 찾지 못해, 노조활동 통해 신분상승 도모"
"노조원과 비조노원 갈등 조장해 고립·고사화"... 제국주의 'Divide and RuLe' 방식 답습
"노조설립 상황 생겨도 당황하거나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 장기전략 통해 고사화"

[법률방송뉴스]

삼성 노조와해 혐의를 받은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11일) 밤 늦게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범죄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게 법원 판단인데, 일단 검찰 수사는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시작될 재판, 일명 '그린화 문건'을 통해 삼성 노조와해 의혹 실태를 뒤돌아봤습니다.

'카드로 읽는 법조',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조직생활에서 비전을 찾지 못해 노조활동을 통해 신분 상승 도모"

노조 설립자나 가담자에 대한 삼성의 기본적인 인식입니다.

이런 인식 위에 "어용노조 설립은 부당노동행위로 제소될 가능성 100%"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삼성, 뭘 알기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문건은 2011년 설립된 삼성 에버랜드 노조에 대해선 이런 시사점을 내놓습니다.

"평상시 '문제 인력'의 근태불량, 지시불이행 등 문제행위를 정밀하게 채증해 유사시 징계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상황 발생시 현장, 인사, 법무, 홍보 등 부서간 협업을 강화하고 전 부문 역량을 집중하라"입니다.

'비상시' '상황 발생시', 삼성에게 노조 설립은 흡사 '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묘사됩니다. 결론은 그룹 차원의 ‘일사불란’한 대응.

있어서도,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 노조 설립. 그렇게 나온 '노조 와해 및 고사화' 구체적 전략은 이렇습니다. 

'친사(親社)노조'라는 이름의 '어용노조'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나눠 놓긴 했지만 큰 틀에선 같습니다.

"일단 합법적으로 무시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무시한다, 주동자와 적극 가담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한다, 이를 위해 해고 등 징계와 손해배상소송 등 가능한 압박 수단을 모두 동원한다, 재취업도 막아버린다"

한편으론 "노조와 노조, 노조원과 비노조원, 노노 갈등을 유발·조장해서 고립·고사화시킨다"입니다. 

'Divide and Rule', 분리지배.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 통치와 거주민 지배에 썼던 전형적인 분리지배 수법을 21세기에 초거대 글로벌 기업 삼성이 노조 와해와 고사화 전략으로 그대로 답습한 겁니다.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제소 등에 대비해 신중하게 대응하되 법률전문가 선임 후 반드시 승소하라"

노조 와해 공작에 임하는 삼성의 각오는 단단합니다.

나아가 "노조설립 상황이 발생되더라도 절대 당황하거나 흥분하지 마시고 침착하게 대응하시기 바란다", "조기 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 전략을 통해 고사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깨알 같은 '당부말씀'까지.

그리고 이 노조와해 고사화 '그린화' 공작은 한 치의 어김없이 계획대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에 실행됩니다. 

노조와해 공작, 누군가에겐 보고받았는지 기억도 잘 안 나는 ‘사소한 일’. 하지만 다른 누군가들에겐 생계와 삶의 터전이 끊기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힘들었던, 지금도 힘든 일입니다.

삼성 노조와해 공작 재판.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습니다.

법률방송 '카드로 읽는 법조'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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