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락(部落)... 특정계층 사람 거주지 비하 일본어, 근대 이후 일본에서도 '금기어'
일제 강점기에 의도적으로 들여와 보급한 말... 아직도 우리 법전에는 남아있어

[법률방송뉴스] 

무슨 무슨 부락, 우리 부락. '마을'을 뜻하는 '부락'이라는 단어. 심심찮게 듣거나 쓴 경험들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이 부락이라는 단어가 사실은 특정 계층 사람들을 아주 비하하고 천하게 여기는 써서는 안되는 말이라고 합니다.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11일)은 ‘부락'(部落)입니다.

[리포트]

잘 나가던 첼리스트에서 급작스런 오케스트라 해체로 ‘장의사’ 일을 하게 된 실직 가장의 이야기를 그린 ‘굿바이’라는 일본 영화입니다.

주인공은 장의사 일을 하는 걸 주변에 꼭꼭 숨기지만 결국 알려지게 되고 당장 그만두라는 아내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심한 반대에 부딪칩니다.

장의사 일이 일본말로 ‘부라쿠민’(部落民)이라고 불리는 하층 천민들이 하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본말로 ‘부라쿠’는 한자로 보면 ‘부락'(部落)입니다.

이 부라쿠는 원래 일본 신분제 사회에서 사회 최하층 천민이나 죄인들이 모여 살던 집단 주거지를 이르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라쿠에 사는 ‘부라쿠민’은 다른 말로 ‘히닌’(ひにん), 한자로 보면 '비인'(非人), 즉 ‘사람 아닌 것이 사람 형상을 하고 있다’ 정도로 극도로 비하하는 뜻입니다.

신분제가 철폐된 근대 이후 일본에서 부라쿠와 부라쿠민은 절대 입에 담아선 안 되는 일종의 ‘금기어’가 됐습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일본은 우리 마을을 비하하고 천시하기 위해 이 부라쿠, 부락이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들여와 보급했습니다.

일본의 의도는 먹혔고, 서정주 시인이 1936년 창간한 시 전문동인지 이름이 ‘시인부락’이었을 정도로 부락이라는 말은 민간에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리고 이 부락이라는 단어는 해방 이후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지금도 우리 법전에까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 제26조 1항 ‘민방위대의 편제’ 조항, “통·리 민방위대는 지역 특성에 따라 연령별 또는 자연부락 단위별로 구분하여 편성한다”,

지역사회자력개발상규정 제2조 “우수상은 자력개발 업적이 전국에서 가장 현저한 리·동 또는 부락에 수여한다” 등이 그런 조항들입니다.

[행안부 자치법규과 관계자]

“예, 일반적으로 지금 보니까 그... 그 뭡니까 그 ‘통장 조례’라든지, 아니면 뭐 해당 조례에서 ‘자연부락’ 뭐 이런 식으로 하면서 ‘부락’이란 용어를 아직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일본말이지만 정작 일본에선 그 경멸적 의미 때문에 금기어가 됐지만, 우리나라에선 유래도 영문도 잘 모르고 일상생활과 법전에서 계속 쓰이고 있는 단어 부락.

관청용어처럼 굳어진 ‘부락’. 이 ‘부락’을 대신해 우리말엔 ‘마을’, ‘동네’와 같은 좋은 표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굳이 ‘일본 천민집단의 대명사’를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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