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월세 안 내” 동거인 흉기살해 30대에 징역 10년... 법원의 ‘엄벌’ 기준에 대하여
“왜 월세 안 내” 동거인 흉기살해 30대에 징역 10년... 법원의 ‘엄벌’ 기준에 대하여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8.09.10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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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0년 선고 타 사건들과 형평성 '솜방망이 처벌' 논란
우리 법원 정말 공정한가... 기울어진 법원의 '엄벌' 저울
'양형 불신'이 '사법 불신' 부른다... 법원의 잣대 엄격해야

[법률방송뉴스] 30대 남성이 월세를 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미리 준비한 흉기로 동거인을 살해했습니다.

“법원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다.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그래서 징역 몇 년을 선고했을까요. 오늘(10일) ‘판결로 보는 세상’은 법원의 ‘엄벌’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35살 김모씨는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주택가에서 같이 살던 A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가 내기로 한 월세도 제때 안내고, 돈고 한 2천만원 정도 빌려간 모양인데 그것도 안 갚으면서 “갚을 돈이 그만큼은 안 된다”는 식으로 나오자 이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범행에 앞서 김씨는 흉기를 미리 구입하고 미끄러지지 않게 손잡이에 붕대까지 감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김씨는 재판에서 “겁을 주거나 상해를 가할 의도가 있었을 뿐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서울형사지법 형사합의29부 강성수 부장판사)는 그러나 ‘당연히’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나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견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김씨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상태였던 것은 인정되지만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에 장애를 일으킬 만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일축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해자 신체 부위를 수차례 찌르고도 여전히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재판부가 "엄벌이 필요하다"며 김씨에 대해 선고한 형량은 징역 10년입니다.

징역 10년, 관련 판결들을 찾아보니 7살 딸을 모진 학대 끝에 숨지게 한 40대 엄마에게 징역 10년,

집안이 불우한 10대 초반의 미성년 제자를 수년간 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기까지 한 40대 태권도장 관장에게 징역 10년,

술만 마시면 가정폭력을 일삼다 결국 아내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숨지게 한 끔찍한 짓을 저지른 50대 남성에 징역 10년, 이런 판결들이 나옵니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범죄들에 대해 징역 10년들을 선고한 걸 보니, 살인죄 징역 10년이 일부 네티즌들 주장처럼 “사람 죽였는데 징역 10년이 엄벌이냐, 장난하냐” 식의 솜방망이 처벌은 적어도 법원 기준으론 아닌 것 같습니다.   

좀 결이 다른 범죄이긴 하지만 회삿돈 120억원을 횡령한 '간 큰' 20대 여직원에 대한 재판에서 항소심 재판부(대전고법 제1형사부 권혁중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엄벌이 필요하다”며 1심 판결보다 2년이 늘어난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관련해서 몇 년 전인 2011년에서 2013년 사이 통계이긴 하지만, 횡령액 50억원에서 300억원 사이 유죄 판결 가운데 59%에 달하는 피고인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인들은 평생 한 번 만져보기도 힘든 거액을 횡령했는데 10에 6명은 집행유예로 그냥 풀려난 겁니다.

‘불행히도’ 이 여직원은 풀려난 6명 쪽에 들지 못했습니다.

더 황당한 건, 같은 기간 횡령액 300억원 이상 경우는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100%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짐작하셨다시피 대개 재벌 회장들 얘기입니다.

몇 년 전 얘기라고 치부할 게 안되는 게 바로 얼마 전 수백억원대 횡령·뇌물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난 삼성 이재용 부회장 경우를 보면 '재벌 집행유예 공식'은 지금도 유효한 게 아닌가 합니다.

‘엄벌’에 대한 법원과 일반인의 잣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법원 잣대만을 놓고 보더라도 뭔가 좀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피고인이 누구냐, 피고인의 ‘신분’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법원 양형과 엄벌.

사법농단 재판거래도 재판거래지만 사법 불신의 근원과 뿌리는 바로 이 법원의 기울어진 저울. 유전무죄 무전유죄, ‘양형 불신’이 아닌가 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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