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보호소, 보호소 아닌 사실상 수감시설... 인권침해”
“유아도 성인과 똑같은 규칙 적용... 이유식·기저귀도 안 줘”
“미국·EU 국가들처럼 구금 상한선 둬야... 국격을 생각하자"

[법률방송뉴스]

지난 화요일 대한변협 주최로 열린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에 대한 ‘행정구금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심포지엄’ 관련 내용을 저희 법률방송에서 보도해 드렸는데요.

이 심포지엄에서 ‘행정상 장기구금의 문제 및 개정 제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한 공익법센터 어필의 전수연 변호사를 만나 관련 애기들을 들어 봤습니다.

'LAW 투데이 인터뷰',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취재진을 만난 전수연 변호사는 그림을 하나 보여주며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내전 상태에 있는 고국에서 정부의 박해를 피해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하러 왔지만 결국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고국으로 돌려보내진 강제추방 외국인 여성이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은 이 여성이 구금돼 있던 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보호소에서 고향에 있는 엄마를 생각하며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전수연 변호사 / 공익법센터 어필]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본인의 의사만 있으면 언제든지 자기 발로 걸어 나갈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그 전에 잠깐만 보호해주는 곳이기 때문에 구금은 절대 아니다', 라고 말씀은 하고 계시지만...”

강제추방 당한 이 외국인 여성처럼 이렇게 합법적인 체류 자격이 없는 이른바 불법체류 외국인들은 강제출국 때까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됩니다. 

말이 좋아 보호소지, 잠도 사실상 맨바닥에서 자는 등 구치소나 교도소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할 게 없다는 게 전수연 변호사의 말입니다.

[전수연 변호사 / 공익법센터 어필]
“그 안에 철창이 있는 곳 안에서 생활을 하시고 종교활동이나 운동시간 같은 것도 한주에 2~3번 정도로 굉장히 제한적이고 한 번에 20~30분 정도로 짧다고 알고 있고요.”

명색이 보호소라며 제대로 된 냉난방은커녕, 교도소에서도 동복은 따로 지급하는데 외국인보호소에선 그런 옷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수연 변호사 / 공익법센터 어필]
“이분들이 트레이닝복 같은 옷 한 겹을 입고 계시는데 그냥 그게 다라고 하더라고요. 겨울철에도 지급되는 옷이. 가을에 입는 옷 겨울에 입는 옷이 똑같은...”

더욱 경악스러운 건 범죄자와 달리 외국인 보호소의 경우 일가족이 함께 구금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나 유아들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다고 합니다.

[전수연 변호사 / 공익법센터 어필]
“이유식, 기저귀 이런 거 아무것도 안 줬대요. 공급을 안 해줬고. 진짜 그 엄마의 젖만 먹고 살았어야 되는데, 그 엄마도 너무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보니까 젖도 안 나오고 해서 거의 아이랑 엄마랑 일주일 가까이 그냥 굶는 거죠.”

이 정도면 ‘인권침해’ 수준의 구금인데, 현행 규정은 출입국관리소장의 명령만으로 사실상 아무런 제약 없이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구금할 수 있습니다.

불법체류자, ‘외국인’ 이라는 이유로 말 그대로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인권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겁니다.

[전수연 변호사 / 공익법센터 어필]
“우리 한국인들도 아니고 외국인들이 수용되는 곳이기 때문에 더 이제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 거 같아요. 어차피 이 사람들은...”

그나마 난민 신청이라도 하려고 하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기 일쑤라고 합니다.

[전수연 변호사 / 공익법센터 어필]
“이란에서는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형법이 있거든요. 그런데 처음에는 접수 자체도 안 받아들여졌다고 하더라고요. 체류 연장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하면서...”

어렵사리 난민 신청을 해도 갇혀 있는 보호소 안에서 박해 증거 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난민 신청을 해도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수연 변호사 / 공익법센터 어필]
“박해의 증거들이나 이런 진술서 같은 것, 이란 본국에서부터 달라고 하고 그런 것 받아다가 같이 신청서 제출하고 하니까...”

전수연 변호사는 출입국관리소장이 임의로 구금할 수 있는 현행 행정구금제도를 사법절차에 준해 심사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전수연 변호사 / 공익법센터 어필]
“일단 구금을 하고 보는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보호의 개시 단계에서 이 사람을 정말 보호를 해야 되는 사람이 맞는지...”

나아가 사실상 무한정 연장할 수 있는 현행 구금 기간도 미국이나 EU 국가들처럼 일정 정도의 상한선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수연 변호사 / 공익법센터 어필]
“상한이 없다는 것이죠. 일단 상한을 정하자라는 것이고, 저희가 생각한 개선안은 1년 정도가 지나면 무조건 보호 해제가 되는 것으로...”

인터뷰 말미, 변호사가 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왜 돈도 안 되고, 누가 크게 알아주는 것도 아닌 외국민 인권 문제에 천착하는지 슬쩍 물어보았습니다.

[전수연 변호사 / 공익법센터 어필]
“제가 로스쿨 다니면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에서 실무수습 하게 되면서 그게 참 재미있었고 정말 하루하루 시간 가는 게 아깝더라고요. 아 이게 나한테 맞는 일이구나, 라는 확신이 들었고...”

전수연 변호사는 그렇게 지난 2015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금의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로 합류해 공익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수연 변호사 / 공익법센터 어필]
“뭔가 제가 이 사람의 인생에 조금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조금 더 큰 기쁨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망설임 없이...”

“우리나라는 난민 협약 가입국이다, 난민을 받아들여야 할지 말지가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인터뷰 끝 무렵 전수연 변호사가 강조해서 한 말입니다.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치와 국격이 그럴 정도는 되지 않았냐는 것이 전수연 변호사의 말인데 국가의 녹을 받는 정부당국 관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